국정원 개혁위, 댓글 외곽팀 30명 수사의뢰 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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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13년에 검찰이 수사한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이 국정원의 불법 정치활동 전반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원세훈(66)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30일)를 보름가량 앞둔 시점에서다.

검찰, 민간인 자료 넘겨받아 분석 #원세훈 변론 재개 여부 주내 결정 #MB 정부 국정원 전반 수사 가능성

검찰은 14일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 개입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도 이날 국정원 ‘민간인 사이버 외곽팀’에서 활동한 팀장급 민간인 30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을 국정원에 권고했다.

검찰은 TF로부터 받은 자료 분석이 끝내는 대로 원 전 원장 재판에 대한 변론 재개 신청을 재판부에 내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 공소장이 ‘심리전단 외부 조력자’로만 명시한 사이버 외곽팀의 실체가 규명되면 (원 전 원장의) 공소장을 변경하고 범죄 일람표에도 추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자료에는 사이버 외곽팀 구성원의 인터넷 아이디(ID)와 팀 구성, 예산 내역 등이 담겨 있다. 재판부가 변론 재개를 허용하면 선고가 연기되고 다시 공판이 진행된다.

지난 3일 TF는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하며 원 전 원장 재직 시절인 2009년 5월~2012년 12월 국정원 심리전단이 ‘알파(α)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30개까지 운영했다고 밝혔다.

수사 의뢰 대상인 30명은 퇴역군인·주부·학생 등 민간인 신분으로 다른 민간인들로 구성된 ‘댓글 알바부대’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한 TF 위원은 “이들 팀장을 지휘하던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담당관 등 국정원 직원에 대해선 추가 조사 후 징계를 할지, 국정원법상 중립의무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할지를 곧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국정원의 불법 정치활동에 대한 추가 수사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원 전 원장 등 이미 재판 중인 인물들은 지금 확보된 증거만으로도 중형을 선고받을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과거 국정원의 불법 정치활동의 실체를 규명하고 이에 관여한 다른 인물들이 있는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F는 중간조사 결과 발표에서 “2011년 10월 ‘SNS를 국정 홍보에 활용하라’는 청와대 회의 내용을 전달받은 국정원이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을 만들어 다시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가 단순 보고만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선거 개입을 지시했는지에 따라 수사 방향과 대상이 달라진다.

손국희·박사라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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