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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인사추천실명제도 유명무실…진보 진영서도 “어떤 힘센 연줄이 박기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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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내세운 대표적인 인사 원칙은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원천 배제하는 이른바 ‘공직 배제 5대 원칙’이었다. 공직배제 5대 원칙은 초대 내각의 구성 과정을 거치며 빛이 바랬다. 논란에 휩싸였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등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됐기 때문이다.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변선구 기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변선구 기자

청와대가 검토한 또 하나의 인사 원칙은 ‘인사 추천 실명제’였다. 이 역시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임명 나흘 만인 지난 11일 낙마했지만 청와대는 그를 누가 추천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취재진의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누가 추천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거나 “지금은 누가 추천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박 전 본부장 사퇴 직후 “청와대는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냈다.사퇴 전날인 지난 10일 늦은 오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긴급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말로 보면 된다”며 “과(過)와 함께 공(功)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극 대응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러한 청와대의 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했던 약속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3월 방송사 토론회에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인사) 시스템을 따랐다면 인사참사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는 거기에 더해 인사 추천 실명제도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가) 잘못됐다면 책임을 지게 청와대에 남겨서 후세까지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계속 함구하면서 진보 진영에서도 박 전 본부장의 발탁을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박 전 본부장이 지난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날 출간한 『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경쟁력』이란 책에 문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추천사가 실린 걸 거론했다. 그런 뒤 “도대체 어떤 힘센 연줄이 이처럼 말도 되지 않는 인사를 가능하게 만들까”라고 적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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