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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롯데 신세계 CJ 등 유통대기업 겨냥 “상생협력 적극 나서야”… 납품업체 종업원 맘대로 부리면 3배 피해보상

중앙일보

입력

납품업체 직원이 백화점 매장을 청소하거나 판촉행사에 무보수로 참여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런 관행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책을 내놨다. 납품업체 종업원을 부당하게 사용할 경우 최대 3배까지 손해액을 물린다.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 직원을 활용하려면 인건비를 내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법만으로 불공정 관행을 해결할 수 없다”라며 “유통업을 전문으로 하는 대기업 집단이 적극적으로 상생 협력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4대 기업(삼성ㆍ현대차ㆍLGㆍSK)에 이어 롯데, 신세계, CJ와 같은 유통 대기업을 겨냥한 셈이다.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가맹사업ㆍ유통업ㆍ대리점ㆍ하도급 등 4대 분야에 대한 ‘갑질 ’근절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가맹분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대책이다.

공정위,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발표 #대형유통업체의 위법 행위에 대해 3배 손해배상 책임 추진, 과징금 2배로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비 인건비 분담해야 #복합쇼핑몰, 아웃렛도 유통업 규제 #김상조, "유통전문 대기업 상생 적극 나서야"

대책에는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대형유통업체에도 적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이 고질적ㆍ악질적인 불공정행위를 통해 납품업체에 피해를 줬을 경우 최대 3배를 보상하도록 한다.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 사용 행위와 함께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보복행위 등에 3배 손해배상제가 적용된다. 정부는 국회와 협의해 올 12월까지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이 법에도 징벌적 손해배상 내용을 담기로 했다. 현재는 하도급법과 가맹사업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3배 이내’라고 돼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3배’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법원의 보수적 판단 등으로 실질적으로 3배를 보상하는 경우가 드물다”라며 “악질적 행위에 대해선 법의 취지를 살려 ‘3배 이내’가 아니라 ‘3배’로 명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2배 올린다. 현재 대규모유통업법은 위반금액의 30~70%를 과징금 기준율로 적용하는데, 이를 60~140%로 올려 오는 10월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체가 납품업체 종업원을 사용할 경우 인건비 분담 의무도 명시화 한다. 현재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납품업체 직원을 판촉 행사 등에 무보수로 활용하는 게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내년부터는 유통ㆍ납품업체간 이익 비율 만큼 인건비를 분담하는 내용으로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익 비율을 추리기 어렵다면 ‘50대50’으로 분담해야 한다.

가맹분야 불공정 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

가맹분야 불공정 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

 예컨대 대형마트 A사가 50개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 100명을 파견받아 하루 8시간 사용했을때 인건비가 총 1억2800만원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A사는 인건비의 절반인 64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만약 A사가 인건비를 납품업체에 모두 떠넘기고 부당하게 사용했을 경우에는 기존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과징금과 손해배상금을 물게 된다. 현재 A사는 이런 행위 적발시 1억9200만원(과징금 6400만원 + 손해배상액 1억2800만원)을 부담한다. 앞으로 부담 규모는 5억1200만원(과징금 1억2800만원 + 손해액 3억8400만원)로 늘어난다.

공정위는 갑질 관행 중 하나인‘재고 떠넘기기’에도 손을 댄다. 이른바‘판매분 매입’을 금지한다. 통상 거래는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의 상품을 매입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판매분 매입은 납품업체가 먼저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고 사후에 유통업체가 이를 매입하는 구조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판매분 매입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재고 부담을 전가하는 비정상적 관행”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을 대규모유통업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현재 복합쇼핑몰 등은 부동산 임대업자인데,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규제 대상을‘소매업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 ‘상품판매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임대업자’조항을 법에 넣기로 했다.  판매수수료 공개 대상은 기존 백화점과 TV홈쇼핑에서 대형마트 및 온라인쇼핑몰까지 확대한다.

내년부터는 대규모유통업거래 공시제도를 도입한다. 매출액ㆍ납품업체수는 일반 현황과 함께 판매장려금(리베이트), 각종 판촉비용 등이 공개된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영업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 개별분야에 대한 점검도 강화한다. 공정위는 올해 가전ㆍ미용 전문점을 점검하고 있는데 이어 내년에는 TV홈쇼핑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거래 실태를 살핀다는 방침이다.

이런 여러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김 위원장은 “법만으로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어렵다”며 대형 유통업체에 ‘변화’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업계 자체의 자율적인 노력”이라며 “프랜차이즈와 같이 유통업에서도 업계의 자율적 방안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이 좀 더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상생협력 방안 만들어주시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롯데ㆍ신세계ㆍCJ 와 적절한 시기에 따로 접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유통업 변화를 위해 서비스산업발전법의 국회 통과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유통업의 생산성이 매우 낮다”라며 “소상공인 보호와 함께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적 대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서비스산업발전법 시행을 더 이상 지체하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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