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산 안창호는 공산주의자" 모함 투서 최초 발견

중앙일보

입력

도산 안창호 선생을 '볼셰비스트'로 모함하는 내용으로 작성된 투서 원본. 1924년 12월15일 '콩 왕'과 '찰스 홍 이'라는 이름의 서명이 붙은 이 투서는 미 노동부 산하 샌프란시스코 이민국에 접수됐다. UC리버사이드 장태한 교수가 파차파 캠프 이주 한인의 입국 경로를 추적하던 중 북캘리포니아 샌브루노 정부기록보존소에서 발굴했다. [장태한 UC리버사이드대 교수(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 제공]

도산 안창호 선생을 '볼셰비스트'로 모함하는 내용으로 작성된 투서 원본. 1924년 12월15일 '콩 왕'과 '찰스 홍 이'라는 이름의 서명이 붙은 이 투서는 미 노동부 산하 샌프란시스코 이민국에 접수됐다. UC리버사이드 장태한 교수가 파차파 캠프 이주 한인의 입국 경로를 추적하던 중 북캘리포니아 샌브루노 정부기록보존소에서 발굴했다. [장태한 UC리버사이드대 교수(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 제공]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을 공산주의자(볼셰비스트)로 모함한 투서가 미국 이민국에 접수된 사실이 최초로 확인됐다. 해당 투서는 미 캘리포니아 주(州) 북부 정부기록보존소에서 보관돼 있었고, 장태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교(UC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가 발견했다.

[사진 연합뉴스TV 방송 캡처]

[사진 연합뉴스TV 방송 캡처]

9일(이하 현지시간) 장 교수에 따르면 1924년 12월 15일 '콩 왕(Kong Wong)'과 '찰스 홍 이(Charles Hong Lee)'라는 이름으로 서명한 투서가 미 노동부 산하 샌프란시스코 이민국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투서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볼셰비스트이며 그가 조직한 대한인국민회와 흥사단 역시 볼셰비스트 조직으로 사회주의를 적극 전파하며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시종 강조하고 있다.

투서에는 "볼셰비스트 지도자가 미국으로 오고 있으니, 그 사람 이름은 창호 안이다" "중국에 6년 체류하며 볼셰비스트 관계자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등과 같은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서에 서명한 '콩 왕'과 '찰스 홍 이'라는 사람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 교수는 이민국 자료와 당시 관련 사료를 뒤졌지만 이들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대한인국민회와 대립 관계에 있던 대한인동지회 추종 세력이 투서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장 교수는 추정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을 공산주의자로 모함한 투서가 이민국에 접수된 이후 그에 대한 심문 파일이 작성됐고 이에 따라 직접 심문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도산 안창호 선생은 1926년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하와이를 거쳐 호주로 추방됐다. 이후 도산 안창호 선생은 중국으로 돌아간 뒤 1932년 가족이 있는 미국을 다시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윤봉길 의사 훙커우 공원 폭탄 투척 거사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풀려났다가 1937년 수양동우회사건으로 다시 체포된 뒤 1937년 병보석으로 나왔으나 이듬해 3월 타계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중국 상하이 발행 섹션6 여행증명서. 안창호 선생은 이 증명서를 갖고 1924년 미국에 도착했다.  [장태한 UC리버사이드대 교수(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 제공]

도산 안창호 선생의 중국 상하이 발행 섹션6 여행증명서. 안창호 선생은 이 증명서를 갖고 1924년 미국에 도착했다.  [장태한 UC리버사이드대 교수(김영옥재미동포연구소장) 제공]

이번 투서를 포함한 사료 발견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미 이민국에 접수된 투서에 의해 공산주의자라는 모함을 받고 요주의 대상으로 조사를 받다가 강제 추방된 과정이 사실이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찾아낸 것이라고 장 교수는 의미를 부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