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전자파 현장 측정 하루 전, 한대련 300명 성주 집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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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대련 통일대행진단이 9일 오전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인근에서 발대식을 열고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환경부는 10일 사드 부지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확인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대련 통일대행진단이 9일 오전 경북 성주 사드 기지 인근에서 발대식을 열고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환경부는 10일 사드 부지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확인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정부가 10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배치된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확인을 실시하는 가운데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를 저지하겠다고 나서면서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 오늘 소음 등 측정 공개 방침 #한대련 “배치 위한 요식행위” 반대 #기지 200m 앞 접근해 “미군 떠나라” #주민도 현장확인 저지 밝혀 긴장감

특히 현장확인 전날인 9일에는 국내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소속 대학생 300여 명이 성주를 찾아 사드 기지 200여m 지척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지금까지 개별 대학생들이 소규모로 사드 반대 집회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대학생 수백 명이 조직적으로 시위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대련은 1987년 결성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93년 창설된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계보를 잇는 진보 성향 대학생 단체다. 2005년 출범했다. 출범 당시 50여 개 대학이 가입돼 있었지만 현재 정확한 가입 대학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대련 현직 의장은 2015년 선출된 김한성(29)씨다. 그는 2014년 전남대 총학생회 부회장, 2015년 전남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한대련은 등록금 인하나 학생 자치활동 강화, 대학구조조정 반대 같은 학생운동에 주로 매진하고 있지만 평화통일, 남북대화, 비정규직 철폐, 종속적인 한·미 동맹 폐기 등 정치적 이슈에도 목소리를 낸다. 5월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자유한국당 해체 운동이 대표적이다.

한대련 측은 10일 예정된 정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확인에도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정기 집회 무대에 오른 한대련 관계자는 “정부가 실시하는 현장확인은 사드 배치 절차를 완성시키기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그간 성주 사드 기지 내에서 이뤄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에서 중점 검토가 필요한 부분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현장확인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현장확인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언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파나 소음 정도를 현장에서 측정해 공개할 방침이다.

한대련은 앞서 지난 5일부터 열흘간 진행하고 있는 ‘통일대행진단’ 행사의 일환으로 성주 사드 기지를 찾았다. 이들은 9일 경북 김천시 농소면 야산에 올라 성주 사드 기지 200여m 인근까지 접근했다.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성주 사드 기지 정문으로 향하는 대신 차량 한 대가 겨우 통행할 수 있는 산길을 걸어 올라가는 방법을 택했다.

10여 대의 대형버스를 타고 온 통일대행진단은 이날 오전 발대식을 열고 곧장 성주 사드 기지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사드 기지 인근에서 ‘사드 갖고 떠나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놓고 ‘사드 배치 막아 내자’ ‘주한미군 다 떠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사드 기지를 향해 함성을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군과 경찰은 이들을 향해 수차례 경고 방송을 했다.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통일대행진단은 행사 기간 동안 성주 사드 기지를 비롯해 경기 평택 미군기지, 용산 미군기지, 부산항 미8부두 등 주한미군 관련 시설을 돌며 반미 활동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당사 앞 집회,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도 진행했거나 진행한다.

성주 사드 기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인 이들은 오후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 열리는 정기 집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통일대행진단 참가자들은 공연을 하고 성주 주민들의 사드 반대 활동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한대련의 등장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국면에 비교적 관심이 적었던 대학생들이 이를 계기로 대거 참여하게 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어서다.

성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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