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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게 보약이었네, 여름에 강해진 나성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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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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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외야수 나성범(28·사진)은 소문난 ‘연습벌레’다. 스스로 정한 훈련량을 소화해야 직성이 풀린다. 학창시절에도 그랬고, 2012년 NC에 입단한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전 30~40분씩 훈련해야 직성 #시즌 초 잘 나가다 중반부터 허덕 #올해부터는 공 15~20개만 치고 끝 #후반기도 맹타 … 생애 첫 타격왕 꿈

그런데 올해는 더 이상 나성범을 ‘연습벌레’라고 부르기 어려울 것 같다. 훈련량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8일 SK전을 앞두고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난 그는 “그동안 경기 전에 30~40분씩 배트를 휘둘러야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올해는 공 15~20개만 치고 경기를 준비한다”고 밝혔다.

나성범은 연세대 재학 시절 투수와 타자를 겸했다. 시속 150㎞에 달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로 더 주목을 받았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NC에 지명받았을 때도 나성범의 포지션은 투수였다. 하지만 김경문 NC 감독은 타자 나성범의 재능을 더 높게 봤다. 나성범은 “뒤늦게 타자로 뛰어들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연습벌레’ 나성범은 타자로도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1군 데뷔 첫해인 2013년엔 시행착오를 겪으며 타율 0.243, 14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4년 타율 0.329, 30홈런·101타점을 올리더니 2016년까지 3년 연속 타율 3할·2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NC의 대표타자로 성장했다. 그가 흘린 땀 방울만큼 성과가 나타났다.

나성범. [연합뉴스]

나성범. [연합뉴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생각을 바꿨다. 이유가 있었다. 나성범은 지난해 타율 0.309, 22홈런·113타점을 기록했다. 좋은 성적이었지만, 2014~15년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성범은 지난해 6월까지 0.350대의 높은 타율을 유지했다. 그런데 시즌 중반 이후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7월에는 타율 0.189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중심타자의 부진을 우려한 김경문 감독은 한창 시즌 중에 나성범에게 타격 폼 수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부진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나성범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0.143(14타수 2안타)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도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시즌 후 부임한 이도형 NC 타격코치는 그가 슬럼프를 겪는 이유를 ‘지나친 훈련량’에서 찾았다. 훈련에 너무 많은 힘을 쏟다보니 시즌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훈련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나성범과 “제발 훈련 좀 그만하라”는 이 코치의 ‘밀당’도 있었다. 나성범은 “코치님을 믿고 따라하다보니 기술보다 체력이 우선 임을 깨닫게 됐다”며 “여전히 결과가 안좋을 때는 훈련을 더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지금 페이스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나성범은 8일 현재 타율 0.374(2위), 18홈런(공동 15위), 69타점(16위), OPS(출루율+장타율) 1.070(4위), 결승타 12개(공동 1위) 등 공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올라 있다. 나성범은 지난 5월 말 수비 도중 오른 손목 부상 당해 한달 가량 재활을 했다. 경쟁자들에 비해 15~20경기를 덜 뛰고도 빼어난 성과를 냈다. 특히 나성범은 부상 복귀 이후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생애 첫 타격왕 등극도 노릴 만하다.

나성범은 "타자를 시작하면서 타율보다는 타점에 대한 욕심이 컸다. 중요한 순간 내 힘으로 득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타격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다. 한 타석 한 타석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지금같은 좋은 성적이 유지되면 좋을 거 같다"며 웃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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