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ARF “북 ICBM 시험 등 심각한 우려” 의장성명 채택...북은 “한반도 긴장 격화 본질 왜곡” 반발

중앙일보

입력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은 8일 밤 발표된 ARF 의장성명에 대해 “조선반도(한반도) 긴장 격화의 본질을 심히 왜곡하는 미국과 몇몇 추종국들의 주장이 반영됐다”고 반박했다. “조선반도 핵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도, 정세악화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근본 원인은 모두 미국에 있다”면서다.

북한의 ARF 대표단 관계자는 9일 숙소인 마닐라 뉴월드호텔을 떠나 귀국길에 오르면서 취재진에 배포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대표단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가운데) 6일 저녁(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몰 오브 아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가운데) 6일 저녁(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의 '몰 오브 아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북측 대표단은 성명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핵과 대륙간탄도로켓을 보유한 것은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미국의 명백하고 현실적인 핵 위협에 대처한 정정당당한 자위적 선택”이라며 “미국의 사촉(사주) 하에 한 유엔 성원국의 국방력 강화조치를 제멋대로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매도한 유엔 안보리 결의들은 그 적법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모략문서로서 우리는 언제 한 번 인정한 적 없으며 전면 배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자)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자기가 선택한 핵 무력 강화의 길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또 “미국에 의해 조선반도에서 참혹한 전란을 겪어본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국가 방위를 위한 강위력한(위엄있고 강한) 전쟁 억제력은 필수불가결의 전략적 선택이며 그 무엇으로도 되돌려 세울 수 없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전략자산”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ARF 의장국인 필리핀은 전날 밤 ARF 외교장관회의의 결과물로 발표한 의장성명에서 “장관들은 가장 최근인 7월 4일과 7월 28일 북한에 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과, 그에 앞선 탄도 미사일 발사, 작년의 두 차례 핵실험을 포함한 긴장 고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 상의 모든 의무를 즉각 완전하게 준수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몇몇 장관들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평화적으로 달성하는데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과 대화 제의에 대해서도 “몇몇 장관들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구축을 향한 남북관계 개선 구상들에 지지를 표했다”고 했다.

6일 저녁 필리핀 마닐라의 '몰 오브 아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에 참석한 강경화(가운데) 외무장관. [연합뉴스]

6일 저녁 필리핀 마닐라의 '몰 오브 아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만찬에 참석한 강경화(가운데) 외무장관. [연합뉴스]

성명에 포함된 북한 도발에 대한 ‘심각한 우려’라는 표현은 지난해 ARF 의장성명에서 명시됐던 ‘우려’에서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또 지난해에는 ‘평화로운 방식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갔으나 올해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으로 표현이 강화됐다.

외교부는 설명 자료를 통해 “의장성명 상의 한반도 관련 문안은 우리 정부 입장과 부합하는 강력하고 균형 잡힌 내용”이라며 “작년도에 비해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아세안의 높은 경각심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박유미 기자, 마닐라=유지혜 기자 yumip@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