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공멸 후 바른정당 중심으로 흡수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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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정책 공조를 제안하면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간 한 정계개편론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정치재개를 앞두고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바른정당과의 정책 공조를 당부한 바 있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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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8일 “가장 현실 가능한 시나리오는 국민의당이 공멸하고 바른정당 중심으로 흡수 통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안철수계도 몇 명 없고, 정동영계, 천정배계도 없다. 그래서 상당히 개별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바른정당과 노선이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은 분들은 우리당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당이 일종의 결별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과거 YS나 DJ처럼 당을 완전히 장악한 대표가 아니면 실현되기가 쉽지 않다”며 연대·통합설에 대해선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안철수 전 대표가 다시 대표가 되더라도 51대 49인데, 그런 상황에서 자기가 압도적으로 당을 이끌 수 있겠나. 당 화합을 얘기하는 내부 목소리도 들어줘야 하므로 국민의당 안에서도 연대의 목소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의 이번 당권 도전과 관련해서 “정치적으로 순진하다”, “막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 의원은 “안 전 대표가 피해의식이 큰 것 같다. 천정배, 정동영 누가 되더라도 자기가 아니면 민주당으로 흡수 통합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히 강한 것 같다”면서 “국민의당이 민주당으로 통합되면 본인은 가장 불명예스러운 방식으로 강제 퇴출이다. 그런 상황이 굉장히 두려워서 출마를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에 천정배 전 대표·정동영 의원 등 당권주자들과 당내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내분이 깊어지는 것에 대해 “공멸을 막는 방법은 손학규 추대”라고 조언했다.

하 의원은 “손학규 전 지사가 국민의당에 나름대로 기여한 바가 크다. 재미없는 대선 경선에 어느 정도 흥미를 불어넣어 줬고 마지막 정치 인생을 국민의당에 쏟아 부었다”며 “정동영, 천정배 후보 쪽에선 차라리 손학규 대표 체제가 자기들에게 유리하다. 안 전 대표가 너무 욕을 들으니 손학규 대표가 잠시 좀 맡아 주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손학규 전 지사도 내분이 깊어지는 상황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을 거다. 본인의 존재감이 다시 지금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7일 바른정당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는 국민의당과의 연대 및 통합관련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계개편론은 아직 실행계획이 아닌 초기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하지만 국민의당의 분당 가능성,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둔 야당들의 미미한 지지율,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간 이상기류 등 복잡한 정치권 상황을 감안할 때 조만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른정당은 지난 1월 공식 창당 이후 국민의당은 물론 자유한국당과의 연대·통합설이 끊이질 않았다.원내 교섭단체 중 가장 적은 의석수(20석)와 한 자릿수대 지지율로 인해 색깔이 가장 비슷한 국민의당과의 연대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현실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안 전 대표의 정책연대 제안에 대해 “아직 새 대표가 누가될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선을 긋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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