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획]펄펄 끓는 바다에 전국 양식장 비상…곳곳 어류 집단폐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의 바다가 펄펄 끓고 있다. 이런 고수온으로 전국 양식장 곳곳에서 물고기 집단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

해수부집계, 7일까지 제주·포항·부산 등에서 36만여마리 폐사 #아직까지 육상 양식장 피해 많지만 곧 해상가두리 피해우려 #전국 해역 곳곳에 28도 이상의 고수온 경보·주의보 발령돼 #물고기는 갑작스런 수온 1도 상승에 스트레스·생리기능 약화

해양수산부는 7일 오후 6시 현재 제주 9 어가의 넙치 23만1000마리, 경북 포항 14 어가의 강도다리·넙치 12만3000마리, 부산 2 어가의 넙치 8000마리 등 육상 양식장 물고기 36만여 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피해액은 제주 3억6000만원, 경북 포항 8800만원, 부산 기장 1700만원으로 추산됐다. 정확한 피해액은 정밀히 조사해야 나온다.

제주 어민들이 대량 폐사한 물고기를 수거한 뒤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어민들이 대량 폐사한 물고기를 수거한 뒤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양식어민이 폐사한 양식 물고기를 수거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양식어민이 폐사한 양식 물고기를 수거해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의 경우 지난달 27일 이후 서귀포시 월평동과 대정읍 일대 양식장에서 폐사가 발생했다. 어민들은 피해액이 6억6000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양식장별로 적게는 6000마리, 많게는 4만5000마리의 넙치가 폐사했다. 해양수산부 오태기 주무관은 “육상 양식장의 물고기는 갑작스러운  1도의 수온 변화에도 죽을 수 있다”면서 “물고기가  폐사하고 5~7일 뒤 부패해 떠오르는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도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주에서 고수온으로 폐사한 넙치. 최충일 기자

제주에서 고수온으로 폐사한 넙치. 최충일 기자

경북 포항에서 어류 폐사가 일어난 것은 지난 4일부터. 이날 오후 1시쯤 포항시 구룡포읍 석령리 한 어가에서 어류 1100마리가 폐사하는 등 5~6일 이틀 사이 어가 5곳에서 모두 3만4000여 마리가 죽었다. 포항 앞바다를 중심으로 일어나던 피해는 경북 울진군 양어장으로 북상했다. 지난 7일 울진군 근남면 진복리 육상양식장(4100마리)과 영덕군 영덕읍·남정면 육상양식장 3곳(2400마리)에서 폐사가 발생한 것이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의 수산업체 대표 박성배씨는 “지자체 차원에서 액화 산소 공급량을 늘려서 어류 폐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에서 폐사한 양식 물고기를 어민들이 수거하고 있다.[사진 포항시]

경북 포항에서 폐사한 양식 물고기를 어민들이 수거하고 있다.[사진 포항시]

육상 양식장은 모두 자연 해수를 끌어다 사용한다. 하지만 양식장 인근의 바다 수온이 최근 물고기가 견딜 수 없는, 적정 수온을 초과한 29~30도까지 오르면서 폐사가 발생했다.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 물고기는 대사량과 스트레스가 급격히 증가하고 면역력이 떨어져 죽음에 이른다. 조피볼락의 경우 7~26도가 적정 수온이지만 28도 이상 바닷물이 공급되면 폐사가 일어난다. 넙치는 24도 이하가 생육 적정수온이다. 감성돔·농어·돌돔은 비교적 수온에 강한 편이다. 육상 양식장에서 넙치와 강도다리가 많이 폐사한 이유다.

넙치가 폐사한 양식장을 둘러보는 어민. 최충일 기자

넙치가 폐사한 양식장을 둘러보는 어민. 최충일 기자

김용범 제주도 대정양식협의회장은 “예년 같으면 8월 중순 폐사가 일어나는데 올해는 이른 고수온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며 “17~18도를 유지하고 염도가 있는 지하수를 끌어대면 양식장 수온을 조절할 수 있지만 제주 서부 해안은 취수가 되지 않아 자연 바닷물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고수온특보 발령 해역도.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전국 고수온특보 발령 해역도.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7일 오후 2시 30분 현재 서해안 서산 창리~태안 원산도, 경남 통영 수우도~포항 호미곶에 고수온 경보가 발령됐다. 동해안 울진 북방~포항 호미곶, 통영 수우도~고흥 거금도 해역엔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됐다.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섭씨 28도에 도달할 때, 경보는 28도 이상 수온이 3일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남해안의 경우 전년대비 0.8~6.5도 수온이 높게 유지되는 등 한반도 전 해역이 평년보다 고수온을 유지하고 있다.

경남도 거제시의 한 가두리양식장. 고수온으로 물고기 폐사가 우려되자 어민들이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사진 경남도]

경남도 거제시의 한 가두리양식장. 고수온으로 물고기 폐사가 우려되자 어민들이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사진 경남도]

고수온의 원인은 서너가지로 요약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7월말부터 폭염에 따른 태양 복사열이 수온을 높였고 7~8월 태풍이 지나지 않아 수온 차이가 나는 표층과 저층의 바닷물이 섞이지 않았고, 따뜻한 대마도 난류의 세력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25일부터 30일까지 일본 남측 해역에 따뜻한 기온을 가진 태풍 ‘노루’가 장시간 머물면서 동해와 동해 남부에 동풍계열 바람이 분 것도 한 원인이라고 국립수산과학원은 덧붙였다.

문제는 이 같은 고수온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점. 국립수산과학원 한인성 박사는 “예년보다 일찍 고수온이 유지되고, 당분간 육상 기온이 30도 이상 예상되는데다 태풍 예보마저 없어 이달 중순까지는 전국 해역이 고수온을 유지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고수온으로 육상 양식장에 이어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충남 서해안 천수만이 대표적이다. 천수만 창리 앞바다의 경우 수온이 지난달 1일 23.5도에서 20일 26.6도로 상승한데 이어 최근 28.5도까지 치솟아 ‘고수온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천수만에서 고수온 피해 발생의 경계선인 ‘해수 온도 26도’를 넘어선 것은 2013년과 비교할 때 6일, 지난해보다 3일가량 빠른 것이다.

경남도 관계자들이 거제 지역의 한 양식장에서 고수온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경남도]

경남도 관계자들이 거제 지역의 한 양식장에서 고수온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경남도]

천수만 어민들은 우선 가두리 양식장 위에 차광막을 설치하고 있다. 또 양식장에 액화산소 공급장비를 투입해 산소를 공급하고 있다. 일부 어민은 수중 카메라를 동원해 바다 속 어류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해수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고 물고기 상태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천수만 가두리 양식장에선 고수온으로 2013년 500만 마리(53억원)에 이어 지난해 377여만 마리(50억원)가 폐사했다. 천수만에선 지난달 말 기준 112 어가에서 836만8000마리의 물고기를 양식 중이다.

경남 거제시 동부면 가배마을 앞바다에서 조피볼락·참돔·감성돔 65만여마리를 양식하는 조석곤(57) 대영수산 대표도 최근 양식장 위에 검은색 또는 초록색 그물을 쳤다. 직사광선으로 수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양식장 곳곳에 액화 산소를 투입하고 있어 얼핏보면 바다가 온천물 끓듯 뿌연 거품이 쉴새없이 올라오고 있다. 조 대표는 “양식장 일대는 평소 수온이 25도가 잘 넘지 않는 곳인데 현재 26~27도를 오르내리고 있다”며 “수온이 더 올라가면 어류폐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경남에서는 770 어가가 조피볼락 등 2억3000여만 마리를 양식 중이어서 고수온이 지속되면 대규모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

경남 하동군 관계자들이 고수온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금남면 일대 양식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하동국]

경남 하동군 관계자들이 고수온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금남면 일대 양식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 하동국]

 자치단체도 비상이다. 충남도 비상대책반은 양식장 사료와 사육밀도 조절, 영양제 투여 같은 어민지도를 하고 있다. 차광막과 산소 공급기 투입, 수중 해수 유통 작업도 독려하고 있다. 경남도는 어류활력 강화제 공급,액화 산소공급장치 설치지원 등에 나서고 있다.

임민호 충남도 수산자원과장은 “천수만에서 양식 중인 조피볼락(우럭)은 평균 28도 이상 수온이 일주일가량 지속하면 집단 폐사한다”며 “행정 지원도 중요하지만, 바다를 잘 아는 어업인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종해 제주 서귀포시 양식산업담당은 “넙치 폐사를 막기 위해 밀식을 피하고 먹이를 적게 주는 등 현장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수온으로 2015년에는 피해가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전국 369 어가에서 1356만여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해 183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부산·제주·충남·경남·경북=황선윤·최충일·신진호·위성욱·김정석 기자 suyo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