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 빙수 한 그릇에 파인애플 한 통, 수박 반 통 … 고이 쌓은 50㎝ 얼음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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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스타 거기 어디? │ 이태원 ‘반전형제’

‘반전형제’의 밖의 풍경.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대기줄이 설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반전형제’의 밖의 풍경.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대기줄이 설 정도로 사람들이 몰린다.

더워도 너무 덥다. 이런 날 가기에는 빙수집만 한 곳도 없다. 그중에서도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해진 빙수집이 있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있는 ‘반전형제’다. #반전형제란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만 2500여 개다.

지난 2일 무더위 속에 반전형제를 찾아 경리단길로 향했다. 만화로 두 남자 얼굴을 그린 작은 간판이 달린 가게다. 하루 중 가장 한산하다는 오후 6시에 갔는데도 밖엔 대기줄이 있었다.

‘반전형제’의 안의 풍경.

‘반전형제’의 안의 풍경.

간판 속 남자 둘은 이곳의 주인인 염민철(37)·민호(32) 형제다. 성격도 외모도 너무 달라 이름을 ‘반전형제’라고 지었단다. 빙수집인데 간판엔 작은 술병과 포크·나이프 그림만 있다. 염민호 사장은 “원래는 빙수집이 아니라 낮에는 카페, 밤에는 술집이었다”고 말했다.

사연은 이랬다. 4년 전 동생 민호씨가 1년간의 바리스타 생활을 접고 호주에서 돌아왔을 때 마침 경리단길에서 앤티크 가구점을 운영하던 부모님이 가게를 그만두게 됐다. 그 자리에 제약회사 영업맨이던 형 민철씨까지 회사를 그만두고 합류해 카페를 만들었다. 당시 커피와 디저트 메뉴를 준비하면서 만든 빙수 메뉴가 지금 인스타그램을 달구는 세 종류의 과일빙수다.

처음엔 커피와 디저트, 빙수를 함께 팔다가 여름엔 빙수만 판매한다. 2014년 개업 당시 인근에 있었던 빙수집 세 곳이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경리단길의 빙수 손님이 이곳으로만 몰린다. 작은 가게에서 하루 팔리는 빙수 양은 주중 70~80개, 주말 100~120개다.

‘반전형제’의 파인애플빙수.

‘반전형제’의 파인애플빙수.

생긴 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반전형제는 올해 유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동생 민호씨는 “지난해까진 잡지나 방송을 보고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올해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빙수를 실제로 보면 그럴 만하다 싶다. 사진에 잘 나오는 예쁜 비주얼과 족히 50㎝는 될 만큼 높게 쌓은 특이한 형태, 과일로만 맛을 낸 담백한 웰빙코드까지 삼박자를 다 갖췄다.

‘반전형제’의 수박빙수.

‘반전형제’의 수박빙수.

빙수 종류는 여름엔 파인애플·멜론·수박의 세 가지, 겨울엔 수박이 빠진 두 가지를 낸다. 파인애플빙수는 파인애플 한 통을, 수박은 반 통을 빙수 하나에 다 넣는다. 멜론은 그날 들어오는 과일 크기가 크면 반 통, 작으면 한 통을 넣는단다. 과일은 매일 아침 형 민철씨가 시장에 나가 가장 좋은 상태의 과일로 골라 온다. 빙수 가격은 각 1만5000원이다.

파인애플빙수를 시켰더니 형 민철씨가 주방 옆에 있는 과일박스에서 생파인애플 하나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미리 작업해 놓는 것이 아니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과일을 자르고 속을 파내 신선함과 당도를 유지하는 게 이 집 맛의 비결이다.

직접 파낸 과육은 토핑으로 얹을 것을 제외하곤 믹서에 다 넣어 얼음과 함께 간다. 얼음이 다 갈리기 전엔 몇 번을 중간에 멈춰 주걱으로 내용물을 섞어 준다. 과일을 넣어 간 얼음을 높게 쌓기 위해 농도 조절을 하는 과정이다. 동생 민호씨는 “묽으면 높게 쌓을 수 없어 과일의 익은 상태, 물의 양, 얼음의 갈리는 정도 등을 중간중간 확인하며 만든다”고 설명했다. 레시피를 찾기 위해 3주간 밥 대신 과일만 먹고 메뉴를 개발했다고 한다.

빙수가 나오면 손님들은 사진 찍기 바쁘다. 한 20대 여자 손님은 “이 빙수를 먹으려고 인천에서 왔다”며 “SNS에서 유명한 빙수를 이제야 먹게 됐다”고 좋아했다.

빙수는 한 개가 3인분이다. 참, 여름에만 있는 수박빙수는 전날 전화로 미리 예약해야만 먹을 수 있다. 수박 속 씨를 모두 수작업으로 빼내야 해 가게를 열기 전에 그날 팔 물량만큼만 작업하기 때문이다.

글·사진=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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