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핵잠수함' 꺼낸 배경은?…"탄두 중량은 ICBM, 핵잠수함은 SLBM 막기 위한 수순"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핵 추진 잠수함 문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군의 자체적 전략 방어 능력 향상에 대해 설명하며 "지난번 7월 워싱턴에서 말씀드린 바 있는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확대하는 방법과 핵 추진 잠수함의 문제, 원자력 협정 개정, 이런 문제들이 있을 수 있는데…"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미사일 탄두 중량 확대를 위한 한ㆍ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이같이 핵 추진 잠수함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핵 추진 잠수함 문제와 함께 한·미 원자력협정 얘기도 지나가듯 나왔다”며 "핵 잠수함과 관련해 도입이나 개발과 같은 구체적인 표현은 안했다”고 말했다.
 핵 추진 잠수함은 원자로를 가동해 움직인다. 디젤 잠수함의 경우 엔진을 가동할 때 공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두 번씩 물 위로 부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작전을 중단하거나 적에게 노출되는 위험이 있다. 핵 추진 잠수함은 이론적으로는 반영구적인 수중 활동이 가능하다. 핵 추진 잠수함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핵 추진 잠수함은 북한 잠수함을 출항 때부터 추적해 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동향이 있을 경우 사전에 공격함으로써 발사 자체를 막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핵 잠수함 발언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대한 억지체계를 염두에 둔 것이고 탄두 중량 확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4월 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 “핵 추진 잠수함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에는 대선 캠프에서 국방 분야 핵심이었던 송영무 국방장관의 조언이 있었다고 한다.
 이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56분간 이어졌다. 지난 5월 10일 취임 후 첫 30분 통화보다 두배 가까이 길어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이 미국과 독일에서 두차례 만난 적이 있어 서로 ‘케미스트리’(chemistryㆍ호흡)는 잘 맞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날 통화 내용을 전례없이 상세히 브리핑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7일 오전 10시 23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방금 통화를 끝냈다”며 “유엔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이 15-0으로 통과된 데 대해 매우 기쁘고 인상 깊게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양국은 당초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에 언론에 발표하기로 합의했었다. 결과적으로 37분 앞서 이 사실을 알린 트럼프 대통령이 엠바고(보도 시점 유예)를 깬 셈이 됐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