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사익 위해 대통령에 부탁한 적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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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징역 10년을, 황성수 전 전무에게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특검 이 부회장에 12년 구형 #박영수 특검, "전형적인 정경유착" #변호인, "공소장에 추측 난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7일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박영수 특검이 직접 피고인들에 대한 구형 사유를 낭독했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서울중앙법원에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서울중앙법원에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특검은 먼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 현안에 대한 시급성은 최순실이 요청한 재단 설립이나 정유라의 승마훈련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금 지원 필요와 접합됐다”며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굴욕적으로 최순실의 딸을 지원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혐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예라고 규정할 수 있다”며 “이 부회장 등은 국민주권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또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대통령과의 독대라는 비밀의 커튼 뒤에서 이루어진 은폐된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기 마련이다”고 덧붙였다.

박영수 특별검사. [중앙포토]

박영수 특별검사. [중앙포토]

그동안 삼성 측이 이 부회장은 지원 사실을 몰랐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책임으로 지원이 이뤄졌다고 주장해온 것에 대해서는 “과거 기업범죄에서 총수를 살리기 위해 전문경영인이 허위자백을 한 경우와 같다. 총수의 전위조직인 미래전략실 실장이 총수 승인 없이 독단적으로 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궁색한 변명”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눈물로 무죄를 주장했다. 준비한 종이를 손에 든 이 부회장은 “지난 몇 개월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한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며 “제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못했고, 다 제 책임인 것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상선 기자

“오늘의 삼성이 있기까지는 모든 임직원들과 많은 선배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고 말 할 때는 목이 메여 여러차례 목을 가다듬었다. 이어 “창업자이신 저희 선대 회장님…” 이라고 말한 뒤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훌쩍였다. 이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주신 회장님의 뒤를 이어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저도 나름 노심초사 하며 회사일에 매진해왔다”고 말하면서 종이컵에 담긴 물을 두 차례 마셨다.

이 부회장은 “평소 ‘경영을 맡게 된다면 법과 정도를 지키는 건 물론이고 사회에서 인정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이 돼보자’고 다짐했는데 뜻을 펴보기도 전에 법정에 먼저 서버리게 돼 만감이 교차하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장님 이거 하나만은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한 뒤 “사익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부탁을 하거나 기대한 적이 결코 없다.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어도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욕심을 냈겠느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인도 최후 변론에서 무죄 주장을 펼쳤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송우철 변호사는 “이 사건의 공소장엔 범죄 사실과 관련없고 피고인들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산하는 문구만 잔뜩 있다”며 “특히 ‘~라고 마음먹고’ ‘~라고 생각하고’ 등 일방적 추측만 난무하다”고 주장했다.

양 측의 최종 입장 표명이 끝나자 재판부는 “쟁점이 많은 사건이었는데 양쪽에서 철저한 준비를 많이 해줘서 공방 과정에서 심증을 대부분 형성할 수 있었다”며 “양쪽에 모두 감사드리고 방청객과 기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 부회장은 활짝 웃으며 박영수 특검을 비롯해 특검팀과 악수를 하고 법정을 떠났다. 다른 피고인들과 변호인들 역시 특검과 악수하며 인사했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선고는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에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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