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8ㆍ2 부동산대책, 한국 증시 영향은 '복잡한 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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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 탈환은 쉽지 않았다. 7일 코스피는 2400대를 회복하지 못했다. 하루 전보다 0.14%(3.30포인트) 상승한 2398.75로 마감했다. 이날 내내 2400을 사이에 두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2400선을 불과 1.25%포인트 앞두고 멈춰섰다.

2일 세법개정안과 8ㆍ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부진한 코스피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에도 7일 2400 문턱 못넘고 멈춰 #증권가 분석 "호재는 아니지만 시장 흐름 바꿀 수준 아냐" #하지만 이번 대책은 '예고편' 후속 대책이 증시 흐름에 변수

지난달부터 한국 주식을 팔기만 하며 주가를 2300대로 끌어내렸던 외국인은 이날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933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942억원, 개인은 402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귀환’에도 시장에 깔린 불안감이 걷히지 않은 탓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뉴시스]

국내 증시는 정부가 세법 개정안과 ‘8ㆍ2 부동산 대책’을 동시에 내놓은 2일 이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지배적인 경제정책 기조가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증세란 형태로 나타난 재정정책 확대의 영향을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받고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조정의 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유는 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세법 개정안 가운데 주식시장과 관련한 내용은 크게 5가지다. 비거주자ㆍ외국법인 주식 양도소득 과세 확대, 대주주 양도 차익 과세 강화, 법인세 인상 그리고 배당소득 증대 세제와 기업소득 환류 세제 폐지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주식 양도소득 과세 확대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일부 존재한다”면서도 “우려와 달리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조세조약을 맺고 있는 국가는 이 개정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한국 주식으로 돈을 번 외국인 투자자가 자국과 한국에서 중복으로 양도세를 내는 일을 막기 위한 장치다. 외국인 투자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영국 등 대부분 국가가 한국과 이중과세 방지 조약을 맺고 있다.

대주주 주식 양도 차익 과세 강화도 마찬가지다. 보유 지분율이 1~2% 이상인 대주주만 대상으로 한다. 과세 대상 기준도 종목당 20~2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지긴 하지만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과 배당소득 증대 세제, 기업소득 환류 세제 폐지의 성격은 좀 다르다. 주식 투자로 거둔 수익에 직접 매기는 세금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번 법인세 개편으로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의 순이익이 3.9%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기업의 배당 유인, 세후 법인세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정책이라고 볼 순 없다”면서도 “올해 상장사의 사상 최대 순이익ㆍ영업이익 전망은 흔들림이 없는 만큼 법인세 증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

다른 전문가의 분석도 비슷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은 대부분 수출 기업”이라며 “정책 변화 강도가 지금의 시장 흐름을 뒤집어 놓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영향은 정부 정책에 민감한 내수업종에 한정될 것으로 평가했다. 대신 한국 증시가 외풍에 더 민감한 체질로 바뀌겠다고 관측했다. 김 연구원은 “환율과 글로벌 이슈에 따라 외국인 투자 흐름과 주가가 움직이는 경향이 하반기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정책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박형중 연구원은 “정부가 장차 금융상품 과세 형태를 거래세에서 양도세로 전면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주식시장 충격이 훨씬 클 수 있다”며 “추진 속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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