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차명회사에 일감 몰아준 코오롱 계열사 간부 등 22명 기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오롱그룹 계열사 간부 등이 친동생이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은 코오롱 측이 당초 내부적으로 문제점을 포착해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김춘수 부장검사)는 7일 배임수재와 횡령 등 혐의로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베니트의 전 사업부장 A씨(42) 등 4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뒷돈을 준 혐의(배임증재 등)로 B씨(38) 등 유통업체 대표 5명을 구속기소 하고범행에 도운 13명을 같은 협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안양지청, 횡령 등 혐의로 코오롱 계열사 간부·직원 등 9명 기소 #이들에게 뒷돈 준 유통업체 대표 5명도 구속 기소 #중간 유통업체로 선정해 주는 대가로 거액 수수해 호화생활 #일부는 차명회사 세워 회사 물품 빼돌리기도 #처음엔 코오롱 내부에서 비리 포착해 제보

돈뭉치[중앙포토]

돈뭉치[중앙포토]

코오롱베니트는 IT 장비인 '스토리지(컴퓨터 데이터를 전자기 형태로 저장하는 대용량 저장장치)'를 개발하는 업체다. 개당 2000만~4000만원 하는 고가의 장비라고 한다.

이 회사의 전 사업부장이었던 A씨는 지난 2011년 7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B씨 등 친분이 있던 유통업체 대표 4명과 친동생 C씨(38·구속기소) 등에게 "중간 유통업체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19억8600만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2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억원 상당의 회사 재고 물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A씨 등이 빼돌린 스토리지 제품 [사진 수원지검 안양지청]

A씨 등이 빼돌린 스토리지 제품 [사진 수원지검 안양지청]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베니트의 직원 수만 총 9명. 이들 중 6명은 유통업체 등에 30억원의 뒷돈을 받았고 40억원 상당의 회사 물품을 빼돌렸다고 한다.

이들은 친분이 있거나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를 중간 유통업체로 선정한 뒤 용역비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이익을 챙겨줬다. 그리고 리베이트 명목으로 뒷돈을 받았다.
A씨의 경우 외제차와 부동산을 사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

이 회사의 사업지원팀장 D씨(45·구속기소)는 뒷돈을 받은 것도 모자라 아예 차명 업체를 설립해 회사 물품 19억7300만원을 빼돌렸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일부 직원들은 유통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적발될 것을 우려해 다른 업체의 은행 계좌로 뒷돈을 받는 등 자금세탁을 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코오롱베니트가 지난해 11월 검찰에 "일부 직원들의 비위가 의심된다"며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검찰마크

검찰마크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 직원들과 거래업체가 결탁해 일감을 몰아주고, 그 대가로 리베이트를 수수하면서 이로 인한 비용 상승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며 "앞으로도 이런 불법 리베이트 등 고질적인 병폐를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