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형교회 예배 시간에 자유한국당 입당원서 뿌린 장로…선관위, 정당법 위반 확인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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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대형 교회에서 장로가 수백 명의 교인들이 모인 주일 예배 자리에서 자유한국당 입당 원서를 돌리고 입당을 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수백 명 참여한 예배서 입당 권유해 #현장에 있던 교인들은 "당황스럽다" #선관위, 정당법 위반 소지 확인 나서

특히 입당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대구지역 특정 정치인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당원 가입 후 전화 여론조사에 참여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공직선거법 또는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장에 있었던 교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6일 대구 동구에 위치한 A교회 임모 장로가 인근에 있는 B교회 주일 청년예배 자리에 참석해 자유한국당 입당을 권유했다.

임 장로가 입당 권유를 했던 B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소속으로 교인 수가 7000명이 넘는 유명 교회다. 이곳에서 수 년 전 교단 총회가 이뤄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입당원서.

자유한국당 입당원서.

당시 주일 청년 예배에는 250~300명의 교인이 참석한 상태였다. 한 청년 교인은 "광고 시간을 이용해 교단에 오른 임 장로가 자유한국당 입당 권유를 했고 그 사이 임 장로와 함께 온 사람들이 입당원서를 배부했다"며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입당 권유를 받으니 황당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청년 교인은 "내년 1월 대구시장 선거와 관련한 당원 전화 여론조사가 있는데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면 여론조사 대상이 된다고 했다"며 "이 같은 말을 들은 청년 교인 대다수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당원 가입을 거절했다"고 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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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교회 관계자도 "임 장로가 인근 교회에 다니는 교인이고 청년 예배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해서 광고 시간에 발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특정 정당에 입당을 권유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 장로는 B교회의 안수집사로 있는 한 지역 정치인과 밀접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며 "B교회가 자유한국당 입당 권유 과정에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교회는 이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로고.

자유한국당 로고.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본지는 임 장로에게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또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측은 "이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개인이 입당 권유를 한 것일 뿐 대구시당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임 장로가 수백 명의 교인들에게 자유한국당 입당을 권유하고 특정 정치인의 이름까지 거론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이에 대한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또 당원 가입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또는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었는지도 따져볼 방침이다.

현행 정당법에는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승낙 없이 정당 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공직선거법에는 당내경선에 후보자로 선출되게 할 목적으로 대가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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