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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를 아시나요...디카시 발원지 경남 고성에서 첫 디카시 시인선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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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연구소와 계간 디카詩에서 처음 발간한 디카시 시인선 첫 시집 표지. [사진 계간 디카詩]

디카시연구소와 계간 디카詩에서 처음 발간한 디카시 시인선 첫 시집 표지. [사진 계간 디카詩]

요즘 ‘디카시’가 부각되고 있다.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로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상을 찍고 그 사진에 5행 이내의 강렬한 시를 덧붙이는 형태다. 2004년 이상옥 전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현 중국 정주경공업대 한국학과 교수)와 김종회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최광임 시인(계간 디카詩 주간)을 비롯해 몇몇 시인들이 경남 고성을 중심으로 디카시 활동을 시작한 뒤 해마다 창작자와 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계간 디카詩 지난달 25일 첫 디카시 시인선 발간 #첫 시집은 손연식 시인의 '엄마의 남새밭' #다음달 26일부터 '2017 경남 고성 디카시국제 페스티벌' 열려

손연식 시인. [사진 계간 디카詩]

손연식 시인. [사진 계간 디카詩]

이 시운동은 경남 고성에 있는 ‘디카시연구소’와 계간『디카詩』가 주도하고 있는데 여기서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디카詩 시인 선을 발간했다. 그동안 디카시연구소 등이 주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창작 디카시가 올라오고 이것이 공유됐는데 이 중 가장 디카시의 핵심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을 앞으로 책으로 묶어 나갈 계획이다.

그 첫 시집으로 손연식(61·여) 시인의 『엄마의 남새밭』(도서출판 북인)이 선정됐다. 경남 밀양이 고향인 손 시인은 2005년 『신문예』에 시가,『문학세계』에 수필이 당선돼 문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시집 『거울을 닦으며』라는 시집도 가진 등단 시인이다.

손연식 시인의 시집 엄마의 남새밭 중 '어머니'라는 제목의 시. 위성욱 기자

손연식 시인의 시집 엄마의 남새밭 중 '어머니'라는 제목의 시. 위성욱 기자

손 시인의 디카시집에는 우리에게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시골 정서를 추억하는 작품들이 많다. 시집 제일 첫머리에 소개된 ‘어머니’라는 시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목 한그루 사진이 실려 있다. 속은 텅 비어있고, 그 안은 시커멓다. 손 시인은 그 사진 밑에 ‘늑골 빼주고 오장육부까지 다 내주었는데 아직도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라고 적고 있다. 자식들 키운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주고도 아직도 자식 걱정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고목 한 그루를 통해 노래한 것이다.

예순한 살이라는 시에는 구불구불한 길 하나가 사진으로 찍혀 있다. 시인은 이 사진에 예순한 살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리곤 그 사진 아래 ‘에돌아가라 한다 느리게 가라 한다 동면(冬眠) 길 늙어가는 뱀 한마리’라고 노래했다. 시인은 어느새 더이상 속력을 낼 수 없는 그리고 조심 조심 살아가야 할 나이인 예순한 살이 된 자신의 모습을 구불구불한 길 속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인생에서 때로는 ‘에돌아가야 할 순간과 느리게 가야 할 순간’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 보면서 구불구불한 길을 인생에 비유해 동면의 길로, 늙어가는 뱀 한마리로 노래한 것이다.

손연식 시인의 시 중 '예순한 살' 시. 위성욱 기자

손연식 시인의 시 중 '예순한 살' 시. 위성욱 기자

이상옥 교수는 “손 시인의 디카시집은 디카시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 다수다”며 “사진과 한 두줄의 문자가 씨줄과 날줄이 되어 완벽한 하나의 텍스트를 구축하며 이를 통해 하나의 물방울이 우주를 담아내듯 일상과 삶 속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8월 26일 오후 3시부터 일주일간 경남 고성군 고성읍 고성박물관에서 ‘2017 제10회 경남 고성 국제디카시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기간동안 제3회 디카시 작품상 시상식, 제2회 한·중 대학생 디카시 교류전, 야외 디카시전 등 디카시와 관련한 각종 행사가 열린다.

고성=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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