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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한국보다 빨리 열어도, '늑장' 질타 당한 아베

중앙일보

입력

30일 일본에선 북한의 ICBM 발사 대응과 관련, 아베 내각에 늑장대응과 안보공백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그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정권에 호재로 이용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안보책임자의 부재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이나다 도모미 방위사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히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지난 28일 이나다 도모미 방위사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히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교도=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공교롭게도 아베 총리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의 사표를 수리한 날 이뤄졌다. 아베 총리는 다음달 3일 개각을 앞두고 이나다의 후임을 정하지 않은 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에게 방위상까지 겸직하도록 했다.

이나다 방위상 사표 낸 날 북한이 미사일 발사 #방위상 겸임 기시다 외상, 방위성 외무성 오가 #일본 언론 "더 긴박한 위기때는 어쩔려고"비판 #NSC는 한국보다 16분 빠른 새벽 0시44분에 #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확인되자, 기시다 외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29일 새벽 0시44분 총리관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 한 뒤 새벽 1시10분 방위성에 도착해 간부회의·기자들과의 문답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새벽 3시 25분 외무성으로 이동해 간부들과 대책을 협의했다.
통상 NSC를 마치면 장관들은 각 부처로 돌아가 간부회의를 한다. 그러나 외무성은 기시다 외상이 먼저 방위성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올때까지 두 시간 넘게 그를 기다려야했다. 기시다는 기자들에게 “두 곳을 오가고 있지만, 그 사이에 두 곳의 간부들은 긴밀하게 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 [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 [교도=연합뉴스]

일본 언론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도쿄신문은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일촉즉발의 사태에서 문제가 없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전직 총리의 말을 인용해 “(겸직은) 절대 무리“라면서 “아베 총리가 개각 전까지는 급변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방위성과 자위대에선 기시다 외상에게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할 것이냐는 위기관리 대응체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공산당 등 야당의 일부 의원들 사이엔 "북한이 방위상이 없는 틈을 타 안보 공백을 노린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교도통신은 지난 4일에는 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발사 12분만에 공표했지만,이번에는 30여분이 걸렸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약 1시간20분 만인 29일 오전 1시 NSC를 개최한 것과 비교할 때 아베 총리가 주재한 일본 정부의 NSC가 16분 먼저 열렸다. 그럼에도 미사일 대응과 관련해 아베 총리가 일본 정부가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거센 추궁을 당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아베의 최측근인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마저도 아베에 등을 돌리는 발언을 했다. 에토 보좌관은 30일 내각 지지율 하락과 관련 “(각종 의혹을)은폐(하려는) 체질과 공사 혼동에 의한 허술함때문에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또 잇따른 학원스캔들에 대해서도 “최고권력자가 된 다음에는 개인 관계를 드러내서는 안된다”면서 “개인을 중요시하면 할 수록 공사 혼동과 손타쿠(忖度·아랫사람이 알아서 윗사람의 마음을 헤아림)가 있는게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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