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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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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호 19면

Devil’s Advocate

요즘 KB금융그룹의 기업 이미지 광고. 한 직원이 “자기야 쫌만 기둘려 줘. 선배가 안 가서 ㅠㅠ”라는 메시지를 선배에게 잘못 보낸다. 3분 뒤 선배는 “오늘 늦었으니 먼저 가 봐”라고 답장한다. 후배는 ‘^0^’ 이모티콘까지 쓰며 선배의 배려에 감사해 한다. 훈훈한 결말인데 문제는 메시지를 보낸 시간. 오후 7시49분으로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났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유독 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차를 하루 쓰고 공무원들도 휴가를 가라고 지시했지만, 직장인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한 직장인은 최근 금요일에 연차를 내고 주말에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가 상사로부터 ‘연차는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나 급히 쓰는 것’이라며 호되게 혼났다고 한다.

저녁이 있는 삶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길이다. 생산성 낮은 장시간 노동으로는 창의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 경영진부터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하는 사고 방식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 노동 시간이 짧고 연차 사용률이 높은 기업에 법인세라도 깎아 주면 어떨까.

[Devil’s Advocate] 악마의 대변인.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의 행적과 품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논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논의의 활성화와 집단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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