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직원 455명만 남기고 떠나라”…미국에 뿔난 러시아

중앙일보

입력

미국 의회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법안을 표결로 통과시키자 러시아가 보복에 나섰다.

미 의회에서 대러 제재 법안 통과시키자 바로 보복에 나서 # 푸틴 “미국의 완전한 불법적이고 무례한 행동 참을 수 없다” # 트럼프 법안에 최종 서명하면 추가 보복조치 할 듯 #

 지난 7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만남을 갖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만남을 갖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이 대러 추가 제재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극단적 공격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것이다. 미국이 오만하게 다른 나라의 입장과 이익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에 오는 9월 1일까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ㆍ예카테린부르크ㆍ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일하는 외교관 및 기술 요원 수를 미국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 및 기술요원 수와 정확히 맞출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이는 러시아 내 미국 외교 공관 직원 수가 455명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정확히 몇 명의 미 공관직원들이 러시아를 떠나야하는 지 밝히진 않았다. 미국도 이에 대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수백명이 추방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미 대사관 전경. 미 외교관 일부가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모스크바 미 대사관 전경. 미 외교관 일부가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는 이에 더해 “다음달 1일부터 미국 대사관이 모스크바 남쪽 ‘도로즈나야’ 거리에 있는 창고 시설과 모스크바 북서쪽 (자연공원) ‘세레브랸니 보르’ 내에 있는 별장을 사용하는 것을 잠정 중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자산에 대한 압류 선언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런 발표 배경에 대해 “새로운 (대러) 제재 법률 채택은 미국 내 정쟁에서 미-러 관계가 볼모가 됐음을 명백히 보여줬다. 또 새 법률은 정치적 기재를 이용해 국제경제에서 미국의 비양심적 경쟁우위를 보장해주기 위한 목적을 따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핀란드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날 “미국의 대러 제재는 국제법의 관점에서 볼 때 완전한 불법이며 국제 통상 원칙과 국제통상조직의 규정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에 대한 무례한 행동을 끝없이 참을 수는 없다”고 보복 조치를 예고했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측은 러시아 외무부 발표와 관련 “존 테프트 대사가 강한 실망과 항의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미 연방의회 의사장 전경. 미 상원은 27일(현지시간) 대러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AP=연합뉴스]

미 연방의회 의사장 전경. 미 상원은 27일(현지시간) 대러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AP=연합뉴스]

미국 하원은 앞서 25일 북한ㆍ이란ㆍ러시아에 대한 제재 법안을 일괄 처리하면서 대러 추가 제재를 승인했고, 27일에는 미 상원이 해당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응징하기 위해 취했던 기존 대러 제재를 한층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로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미국 및 유럽 내 석유ㆍ가스 프로젝트를 겨냥했다.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안에 최종 서명할 경우 러시아는 추가 보복 조치를 취할 전망이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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