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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송 / PC방 알바에서 15년 만에 미국 본토 프랜차이즈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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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베이 백진성 대표. [사진 커피베이]

커피베이 백진성 대표. [사진 커피베이]

연 매출 200억원 남짓의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베이'가 지난 26일 미국 내 가맹 사업권을 따냈다고 27일 밝혔다. 대기업 계열의 외식 프랜차이즈도 미국 진출이 드문 가운데 이룬 성과다.

고교생활 '날라리'로 보내다 PC프랜차이즈 취업 #1100만원에 인수 PC방 사업서 커피 프랜차이즈로 전환 #2011년 창업한 커피베이로 미국까지

미국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하려면 주 정부와 연방 공정거래위원회에 ‘프랜차이즈 공개서류(Franchise Disclosure Document)’를 등록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로 치면 '정보 공개서'인데, 이에 대한 승인 절차는 한국보다 훨씬 까다롭다. 커피베이를 운영하는 백진성(38) 대표는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선 창업자 혼자서도 정보공개서를 등록할 수 있을 정도지만, 미국에서는 변호사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고 까다롭다”며 “준비 시작부터 승인까지 일 년 넘게 걸렸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운영하는 직영점의 실적이다. 미국에선 직영점의 운영·물류 매뉴얼은 물론 최근 3년 간의 재무제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그에 반해 국내에선 직영점 실적 없이도 가맹점을 모집할 수 있다.

커피베이는 지난 2015년 세계 최대 유통 기업 월마트와 독점 계약을 하고 월마트 점포 내에 직영점을 시작했다. 현재 인구 100만의 중소도시 새크라멘토시에 있는 월마트 점포 2곳에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새크라멘트 월마트에 오프한 커피베이. [사진 커피베이]

지난해 9월 미국 새크라멘트 월마트에 오프한 커피베이. [사진 커피베이]

30대에 가맹점 450개의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최고 경영자(CEO)에 올라선 데 이어 미국 시장까지 진출했지만, 그에게도 굴곡은 있었다. 고교 시절까지는 병원장의 아들로 ‘금수저’였다. 그는 “'공부 못 해도 먹고 살겠지'라는 생각에 고등학교 생활을 날라리로 보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병원을 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호텔업에 손을 댔다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았다.

커피베이 미국 메뉴. [사진 커피베이]

커피베이 미국 메뉴. [사진 커피베이]

고교 졸업 후 도망치듯 군대에 갔지만, 제대 후에도 할 일은 없었다. 대학 진학은 언감생심. PC방 야간 아르바이트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오갈 데 없어 먹고 자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간 PC방이 창업의 기틀이 됐다. PC방 일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이듬해 한 PC방 프랜차이즈에 직원으로 들어갔다. 이후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에 매력을 느껴 치킨·호프·해장국·삼겹살 등 프랜차이즈 본사를 순례하며 20대를 보냈다.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2008년 ‘비타민 PC방’이라는 프랜차이즈를 인수하게 됐다. 인수 가격은 상표권 비용 1100만원이 전부. 인수 당시 20개에 불과한 PC방 프랜차이즈는 금새 200개로 늘었다. 백 대표는 “사회 초년시절 알고 지낸 PC방 점주들이 ‘착한 프랜차이즈’를 하는 사장이라는 입소문을 내줘 가능했다”고 말했다.

여성 손님들이 믹스커피를 선호하는 걸 보고 PC방 한켠에 테이블을 놓고 ‘카페형 PC방’으로 컨셉트를 바꿨다. 장사가 잘 되자 아예 2011년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베이’를 창업했다. 커피베이는 중저가 커피 시장을 놓고 이디야·빽다방 등과 경쟁하고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2500원에 파는 가격 메리트와 커피 외에 디저트류가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춘 점이 인기 비결이다. 

지난해엔 미국 진출과 동시에 필리핀 세부의 복합쇼핑몰 SM몰에 동남아 1호점을 냈다. 또 홍콩·싱가포르에서도 계속 가맹점 개설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백 대표는 “연말까지 미국 내 가맹점을 5곳 정도 열 계획”이라며 “미국에서 자리잡으면 동남아로도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롤러코스터처럼 유행을 타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백 대표는 천천히 달렸다. PC방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프랜차이즈 CEO까지 7년, 커피 프랜차이즈 등록에서 미국 진출까지 7년이 걸렸다. 백 대표는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진 면도 있지만, 내실 있게 준비한 게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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