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6·25전쟁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에 장학금 주는 화천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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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한 최문순 화천군수 [사진 화천군]

지난해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한 최문순 화천군수 [사진 화천군]

“6·25전쟁 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우리가 참전용사 후손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

최문순 화천군수 주민생활지원실장이던 2009년부터 장학사업 시작 #6·25년 참전 60주년 앞두고 최 군수 에티오피아 방문 장학사업 결정 #153명에 매달 장학금 지원, 에티오피아 6·25 전쟁 당시 6037명 파병

9년째 매달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자치단체가 있다. 6·25전쟁 당시 치열한 교전을 벌인 지역 중 하나인 강원도 화천군 얘기다.

최문순 화천군수가 에티오피아에서 유학 온 학생의 졸업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 화천군]

최문순 화천군수가 에티오피아에서 유학 온 학생의 졸업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 화천군]

장학사업은 최문순 화천군수가 주민생활지원실장이던 2009년 시작했다.당시 6·25 참전 60주년을 앞두고 에티오피아 희생에 대한 보은 사업을 고민하던 최 군수는 직접 현지를 방문, 장학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최 군수는 “현지에서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밝은 표정과 초롱초롱한 눈빛을 본 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교육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장학생을 강원도로 초정한 최문순 화천군수. [사진 화천군]

에티오피아 장학생을 강원도로 초정한 최문순 화천군수. [사진 화천군]

이후 다섯 차례나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최 군수는 직접 장학생을 선발했다. 최 군수의 이런 노력으로 현재 153명의 현지 초·중·고교·대학생들에게 연간 8300여만원이 지원되고 있다. 그동안 장학금을 지원받은 학생만 215명에 이른다. 개인에게 매월 3만~5만원이 지원된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장학금은 화천군 예산과 지역 내 군부대, 사회단체 등의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평화의 댐 인근에 들어선 세계평화의 종공원 타종료 전액도 장학금 조성에 쓰이고 있다.현재까지 4억8400여만원의 장학금이 현지 아이들에게 전달됐다.

3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유학온 아디스 룰루(26)씨. [사진 화천군]

3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유학온 아디스 룰루(26)씨. [사진 화천군]

3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온 아디스 룰루(26)씨는 “할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이 인연이 돼 명지대로 유학까지 올 수 있게 됐다”며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원해 준 화천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는 6·25 한국전쟁 당시 최고 엘리트였던 황실근위대 소속 정예부대 ‘칵뉴(Kagnew)’ 부대원 6037명을 파병했다. 화천지역은 이들이 처음으로 교전을 벌인 곳으로 당시 에티오피아 군인은 양구와 철원 등에서 122명이 전사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어려운 시절 많은 도움을 준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이 앞으로도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천군은 다음 달 7일 실무자와 지역 고등학생 3명과 함께 에티오피아 현지를 찾아 신규 장학생을 선발하고, 장학증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화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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