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다리에 모래 810t 백사장, ‘잠수교 비치’로 가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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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강 잠수교에 설치될 백사장 상상도. [사진 서울시]

한강 잠수교에 설치될 백사장 상상도. [사진 서울시]

백사장에서 모래성을 쌓고, 선베드에 누워 선탠을 즐긴다. 바닷가 모래사장에서나 익숙한 광경이 펼쳐지는 장소는 여느 해수욕장이 아닌 서울시의 한복판, 한강 잠수교다. 도심에서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은 이틀 뒤 현실이 된다.

서울시, 28~30일 도심 해변 조성 #선베드·파라솔에 워터슬라이드도

서울 잠수교가 사흘간 한국판 ‘파리 플라주(파리 해변)’로 변신한다. 서울시는 28~30일 잠수교 전 구간(1㎞)의 차량을 통제하고 일부 구간(500m)에 ‘모래 해변’을 조성한다고 26일 밝혔다. 한강 다리에 모래사장이 꾸며지는 건 처음이다. 여름 휴가철마다 인공해변을 만드는 프랑스 파리 센강의 파리 플라주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박병현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총무과장은 “서울 시민들이 멀리 시외로 떠나지 않고도 도심 속에서 바캉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엔 한강 둔치에 백사장을 조성했는데, 올해는 시민들이 한강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한강 다리 위에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한강다리 백사장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모래 수송 작전을 펼친다. ‘작전 시간’은 28일 0시부터다. 이를 위해 모래 약 810t을 레미콘 업체 3곳에서 확보했다. 모래는 대여 형식으로 사용했다가 행사 뒤에 회수된다. 28일 새벽 시간대에 25t 트럭이 모래를 여러 차례 실어 나른 뒤 30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잠수교 위에 깐다. 운반비 등의 비용은 전체 행사를 진행하는 이벤트 업체가 댄다.

이후 선베드 60개와 파라솔 60개가 설치된다. 잠수교 경사로를 이용한 3인용 워터 슬라이드(150m)도 들어선다. 백사장은 공짜로 들어갈 수 있지만 슬라이드는 튜브 대여를 포함해 이용료 1만원을 내야 한다.

박 과장은 “잠수교 차량을 하루 넘게 통제하는 건 처음이다. 차량이 다니는 다리를 사람 중심의 보행길로 조성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흘 동안 ‘잠수교 백사장’에는 지대영 작가의 모래조각 작품도 전시된다. 또 잠수교 곳곳에선 샌드아트·마임·무용 등의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인도 커리·케밥 등을 판매하는 푸드코트도 들어서 휴양지 분위기가 물씬 풍기게 된다.

잠수교 백사장은 1960~70년대 서울 시민들의 단골 피서지였던 한강의 추억을 되살리는 의미도 있다. 해수욕장처럼 모래밭이 펼쳐진 한강에서 시민들은 무더위를 피했다. 서울시 측은 “‘잠수교 해변’이 어르신들에겐 아련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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