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지금 여기, 반상 최대의 승부처

<결승전 3국> ●커   제 9단 ○퉈자시 9단

기보

7보(93~106)=잔뜩 구겨진 얼굴이 말을 하듯, 지금 퉈자시 9단은 골치가 아프다. 좌변에 백옥같은 새하얀 대궐을 짓나 싶었는데, 잠시 만용을 부린 사이 흑이 백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 퉈자시 9단은 일단 94, 96으로 손을 돌렸다가 결심한 듯 98로 붙였다. 흑의 연결을 중간에서 막아서는 강력한 수다.

104는 퉈자시 9단의 응수타진. 계속 싸울 것인지 아니면 타협할 것인지, 커제 9단의 선택을 묻는다. 여기서 흑은 '참고도'처럼 꼬리를 잘라내는 대신, 흑2로 중앙을 살리고 흑4로 좌상귀까지 살리는 방법이 있다. 흑백 모두 완생을 얻는 결과다.

참고도

또 다른 흑의 선택은 꼬리도 살리면서 싸움을 계속하는 것. 이렇게 되면 백은 당연히 기를 쓰고 대마 사냥에 나설 수밖에 없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만 끝이 나는 피바람 나는 수상전 싸움을 불사해야 한다.

잠시 생각에 잠긴 커제 9단이 '까짓것 해보자'라고 외친다. 그에게 타협은 없다. 단호하게 105로 꾹 이어버렸다. 커제 9단이 이렇게 나오면 퉈자시 9단도 참을 수 없다. 106으로 젖혀 흑의 목숨을 위협한다. 서로 칼끝을 겨누고 있는 지금, 바로 이곳이 반상 최대의 승부처다. 싸움의 결과에 따라 이 판의 승패도, 2016 삼성화재배의 우승자도 결정될 수밖에 없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