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타워즈’ 북한이 되살리나…미 의회가 움직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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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0여 년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스타워즈(Star Wars)’ 방어전략을 되살리고 있다.

스타워즈 전략은 1983년 3월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전국에 중계된 TV연설에서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 지칭하며 내놓았다. 소련이 핵을 실어 발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대기권을 벗어난 우주에서 포착하고 파괴한다는 방위구상이었다. 지상에서 추적하는 것보다 추적 범위가 넓고 정확하게 요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했다.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한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 전략 #북 ICBM급 발사 후 미 의회에서 기술 예산 허가하기도 #우주에서 미사일 움직임 포착해 레이저로 요격하는 시스템 #

1983년 3월 방송을 통해 '스타워즈' 구상을 발표하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1983년 3월 방송을 통해 '스타워즈' 구상을 발표하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레이건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이 전략은  “과도한 예산지출은 물론 또 다른 군비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93년 군사 경쟁국이던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미국은 대폭 축소조정된 방어전략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ICBM급 미사일시험 발사에 성공하고, 머지않아 미 본토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스타워즈 전략을 다시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1983년 3월 레이건 미 대통령이 '스타워즈' 구상을 발표하자 타임은 그를 표지 모델로 쓰며 비용을 문제삼았다. [중앙포토]

1983년 3월 레이건 미 대통령이 '스타워즈' 구상을 발표하자 타임은 그를 표지 모델로 쓰며 비용을 문제삼았다. [중앙포토]

미 정치전문지 워싱턴이그재미너는 댄 설리번(알래스카) 공화당 상원의원이 우주 기반 센서 개발ㆍ발사ㆍ실행에 2750만 달러(약 307억원)를 투입하는 방안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센서는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나 미국 서부 해안의 지상 요격기 등 기존 방어 체계 관리를 개선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발사된 미사일의 궤적을 파악할 수 있는 정확도 큰 우주 기반 센서의 개발이 스타워즈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하는 첫 단계라고 보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 소개된 미국 전략방위구상. 인공위성들을 이용해 레이저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고 반격하는 시스템으로 '스타워즈(Star Wars)'로 불린다. [나무위키 캡쳐]

레이건 대통령 시절 소개된 미국 전략방위구상. 인공위성들을 이용해 레이저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고 반격하는 시스템으로 '스타워즈(Star Wars)'로 불린다. [나무위키 캡쳐]

설리번 의원은 “(북한) 김정은은 공격적으로 그들 역량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으며 우리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법안에 대해 초당적 지지를 모았으며 고위 군 관계자들의 지지도 받았다”고 밝혔다. 워싱턴이그재미너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로 미국의 스타워즈 전략이 그 동안의 회의론을 벗어나 새 생명을 얻게됐다”고 평가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 하원도 미국이 현재와 다른 새로운 차원의 미사일 방어를 검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하원은 국방부가 북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우주에 설치하는 데 3000만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을 NDAA에 포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국의 발전된 미사일방어시스템 구상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국의 발전된 미사일방어시스템 구상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스타워즈 전략 방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미 예견됐다. 그는 후보 시절 이미 우주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미사일 방어 전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선 이후에는 올 연말까지 우주에 미사일 추적 장치를 배치하는 것을 포함한 새로운 탄도미사일 방어 전략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존 하이튼 미 전략사령부 사령관 역시 지난 4월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은 우주에 기반을 둔 미사일 추적 및 식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증언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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