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회의 "후임 대법원장도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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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렸다. [연합뉴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2차 회의를 열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 조사를 재차 촉구했다.

'양승태 책임론'서 한 걸음 물러나 #"대법원장과 힘겨루기 양상에 부담" #국회 개헌특위 구상에도 자극

송승용 법관회의 대변인(수원지법 부장판사)은 24일 “양승태 대법원장의 추가조사 수용 거부는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켜 사법행정권에 대한 신뢰를 크게 잃게 했다. 의혹 해소를 위한 노력은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법관회의가 의결한 성명은 “재차 촉구한다”는 문구만 추가됐을 뿐 1차 회의(6월 19일)와 다를 바 없었다. 대법원장이 소위원회에 의혹 조사 권한을 위임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ㆍ보전해달라는 내용이다. 대신 “대법원장을 포함한 사법부의 인적 구성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해소를 위한 노력은 지속 돼야 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송 대변인은 “후임 대법원장에게 법관회의의 의지를 앞서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판사들은 양 대법원장의 용퇴 등을 주장했지만 의결에 부쳐지지는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부장판사는 “참석 판사들 중에 곧 임기를 마치는 대법원장과 힘겨루기만 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부담을 피력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지방법원 배석판사는 “법관회의 의결이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의만 반복하다가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최종 보고서를 낸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읜 사법부 개혁안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보고서에는 법원 외부 인사가 대거 참여하는 사법평의회에 사법행정권을 넘긴다는 구상이 담겼다. 한 회의 참석자는 “자문위 안이 관철되면 사법부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법관회의의 의미도 퇴색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최근 소속법원에 사의를 밝힌 법관회의 조사소위원장 최한돈 부장판사의 거취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송 대변인은 “의혹은 해소되지 못한 채 법관이 사직하는 사태로 귀결돼선 안된다. 대법원장은 최 판사가 직무를 계속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관회의는 또 대표 판사 10~20명이 참석하는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법관의 독립 보장,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와 관련된 각종 사법개혁 의제들을 특위에서 다룬다는 구상이다. ^법원행정처 개혁 및 권한 축소 ^고등법원 부장판사 보임 폐지 및 지방법원, 고등법원 이원화 ^1심 재판의 단독화 및 충실한 심리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 앞으로 특위에서 논의할 의제들이다.

송 대변인은 “향후 법관회의를 상설화하는 방안도 특위에서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활동 ‘한 달’ 맞은 전국법관대표회의


●6월 19일
-1차 법관회의 개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결의
-의혹 조사 소위원회 구성 결의

●6월 21일
-법원행정처에 회의 의결안 전달

●6월 29일
-양승태 대법원장, 법관회의 상설화 수용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는 거부

●7월 5일
-법관회의 회의록 일선 판사에 공개 결정

●7월 20일
-최한돈 부장판사, 사직서 제출
-추가 조사 거부 결정에 대한 항의 입장 표명

●7월 24일
-2차 법관회의 개최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재차 촉구
-“최 판사 직무수행 계속 수행토록 조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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