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6세 선거권(교육감) 등 논란...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종합계획’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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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18세 선거권국민연대 출범식.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선거권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자는 담론이 형성됐다. [중앙포토]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18세 선거권국민연대 출범식.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선거권을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자는 담론이 형성됐다. [중앙포토]

서울시교육청이 만 16세에 교육감선거, 만 18세에 일반선거가 가능토록 추진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찬반이 크게 엇갈리는 선거 연령 조정안을 일선 교육청이 직접 제기하고 나선 것에 대해 교육계 일각에선 정치적 중립성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선거 만 18세, 교육감선거 만 16세 하향 추진 #"학생들 이미 정치 참여" VS "교실의 정치화" 논란 #두발 길이, 염색 등 자유화 놓고도 찬반 입장 엇갈려 #24일 오후 학생, 학부모, 교사 등 200여명 토론회 #현장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 거쳐 10월말쯤 확정

  서울시교육청은 24일 선거 연령 하향과 두발 제한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 3개년 종합계획(초안)’을 발표했다. 시교육청이 학생인권과 관련 3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합계획에 담긴 내용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선거 연령 조정안이다. 시교육청의 김시영 민주시민교육과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춰 학생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연령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OECD에 속한 35개 회원국 가운데 선거 연령이 만 19세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나머지 33개국은 만 18세, 오스트리아는 만 16세에 투표를 할 수 있다. 서울이 한 사립고 3학년 김모양은 “정치적 판단력이 없다는 건 어른들 일방적 의견”이라며 “독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처럼 역사적 상황에 앞장 선 건 항상 학생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강원택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우리보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일본도 2015년 선거 연령을 낮췄다"며 "촛불집회처럼 학생들은 이미 정치 참여를 하고 있는데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만 18세까지 투표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2014년 헌법재판소가 만 19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주는 현행 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며 “아직 정치적인 판단이나 이해가 성인에 비해 미성숙한 학생이 선거권을 가지면 교실이 정치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교육감선거의 경우 만 16세까지로 낮추자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시교육청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5월 한국YMCA전국연맹 등 청소년 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5월 한국YMCA전국연맹 등 청소년 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중앙포토]

  선거권 하향과 함께 두발 자유화도 논란이 되고 있다. 종합계획에는 '획일적 두발 규제로 인한 불이익 금지'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시영 과장은 "학생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교사들 중에선 과거와 달라진 학교의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생활지도부장인 김모 교사는 “양말 색까지 규제했던 과거와 달리 학생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주는 것이 시대 흐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울 휘문고 신동원 교장은 "이미 대부분 학교에서 두발은 자유롭게 하고 다닌다. 하지만 염색까지 허용하는 문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염색약이 눈에 들어가면 시력이 나빠지는 등 문제가 있어 염색까지 허용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선거권 연령 조정과 두발 자율화 등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선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김시영 과장은 “이번 발표는 일종의 선언적 의미로 현장 교사와 학생,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듣고 10월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이 같은 쟁점 사안을 두고 토론회가 열린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200여명이 시교육청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핵심 주제는 △소수자 학생 권리 보장 △두발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 존중 △교복 입은 시민으로서의 참정권 보장 △학생인권상담창구 운영 △학생인권조례를 반영한 학교규칙 개정 △상벌점제도 대안 마련 △학생 자치활동 강화 △교사 인권보호와 교육활동 지원 등 8가지다.

  조희연 교육감은 “인권정책 제1기의 과제가 학생인권조례를 통한 학생인권의 보장이었다면, 이제는 학생과 교사 가리지 않고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는 공간으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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