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자율차 해킹 막는 칩 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수백여 대의 자율주행차들이 해킹으로 원격 조정되면서 도로는 금세 아수라장이 된다. 지난 4월 개봉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해킹당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양자컴퓨터 공격 막는 ‘난수’ 생성 #“양자 정보통신시장 2025년엔 26조”

영화 속 상황이지만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전자상거래, 통신 등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쓰는 암호 기술은 ‘RSA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기존 컴퓨터와 차원이 다른 양자컴퓨터 개발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RSA 암호 체계도 곧 뚫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1만 자리 정수의 인수분해는 수퍼컴퓨터로도 1000억 년 이상 걸리지만 양자컴퓨터로는 몇 시간 만에 풀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개발에 성공했다고 23일 발표한 ‘양자난수생성 칩’은 예측 불가능한 양자 암호를 지속적으로 생성함으로써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해킹에 대응하기 위한 양자 난수 생성기(QRNG)다. 양자 암호는 광자(빛 입자)를 암호 전달에 이용한다. 양자 암호는 송수신자 외에 제3자가 외부에서 개입하면 그 순간 암호가 변질되는 특성이 있어서 해킹이 원천적으로 어렵다.

그간 시중에 나와 있던 양자 난수 생성기는 매우 크고 가격대도 높아 대중들에게 판매되는 상품에는 탑재될 수 없었다. 이번에 SK텔레콤이 개발한 양자 난수 생성기는 5X5㎜의 초소형 칩으로 자율주행차·드론·스마트폰 등 다양한 IT 제품에 손쉽게 탑재가 가능하다. 양자 난수 생성기로 생성한 암호는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곽승환 SK텔레콤 양자기술연구팀장은 “중국·일본·스위스 등 경쟁 국가와 대비해서도 우수한 양자 정보 통신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상용화 경쟁에서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일본·중국 등 선진국과 글로벌 IT 기업들은 최근 양자 암호 기술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율주행차·드론 등 첨단 IT 분야가 해킹당하면 국가 안보와 인간의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도 지난해 ‘양자 정보 과학’을 “국가적 과제와 기회”라고 정의했으며, 중국은 중장기 과학기술 개발 계획에 양자 정보 연구 계획을 포함시켰다. 북한도 지난해 “첨단 양자 암호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 리서치 미디어’는 지난해 “양자 정보 통신 시장이 2016년 4조33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26조8700억원까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