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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내한하는 톱 소프라노 4인, 4인4색 목소리의 매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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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하반기 한국은 우연히도 디바의 격전지다. 세계적 소프라노가 줄지어 내한하기 때문이다. 안나 네트렙코(10월 9일), 안젤라 게오르규(11월 17일), 디아나 담라우(11월 21일), 리즈 린드스트롬(12월 9일) 4인방이 차례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세계적 성악가들이지만 각각 장기 달라 #5년간 많이 맡은 오페라 배역 분석하면 '소리 종류' 구별 가능 #10월부터 네트렙코, 게오르규, 담라우, 린드스트롬 차례로 내한

이들이 얼마나 세계적인 소프라노인가는 최근 스케줄을 보면 알 수 있다. 2013~2018년 전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했거나 예정된 작품의 수를 세어봤다. 오페라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오페라베이스(operabase.com)에 따르면 네트렙코 38회, 게오르규 31회, 담라우 36회, 린드스트롬 34회다. 오페라가 한번 제작될 때마다 적어도 3~4차례 무대에 오르는 걸 감안하면 5년에 최소 100번 오페라 무대에 오르는 소프라노들이다. 그것도 밀라노ㆍ런던ㆍ뉴욕 등 일류 오페라 극장 무대다.

중요한 건 ‘어떻게’ 각광받고 있느냐다. 비슷한 횟수로 오페라 무대에 서지만 다른 이유로 인기가 높다. 각각 다른 오페라에 출연하고, 맡는 역할도 다르다. 예를 들어 린드스트롬은 5년간 '투란도트'로 18번 출연했지만 담라우의 '투란도트'는 없었다.
차이를 결정하는 건 목소리의 음색ㆍ무게ㆍ크기, 연기력과 외모 등이다. 그에 따라 소프라노의 유형도 갈린다. 거꾸로, 가장 많이 맡은 오페라 배역을 뽑아보면 음색·무게 등 소리의 특징을 알 수 있다. 같은 소프라노이지만 특징이 다른 4명을 배역 중심으로 분석했다.

사연많은 '마농' 역 많이 한 무게의 여왕  

음색의 무게를 무겁게 바꾸면서 오랫동안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중앙포토]

음색의 무게를 무겁게 바꾸면서 오랫동안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중앙포토]

안나 네트렙코(46)의 소리는 크고 풍부하다. 네트렙코가 최근 가장 많이 한 역은 푸치니 ‘마농 레스코’의 마농과 차이콥스키 ‘예프게니 오네긴’ 중 타치아나 역. 사연 많은 여인, 성숙한 여성의 역할이라 네트렙코처럼 풍성하고 무거운 소리가 어울린다.
네트렙코의 목소리는 음색이 짙다. 황지원 음악평론가는 “목 넘김 강한 와인”에 빗댔다. 1995년 데뷔하고 얼마 안돼서는 좀 더 가볍고 어린 여성으로 많이 출연했다. 순진한 남성을 놀리는 발랄한 여성(‘사랑의 묘약’)이 주특기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예쁜 여성’ 역할에서 자유롭게 벗어났다. 지금은 목소리 장점을 제대로 살려 무겁고 비극적인 역할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황지원은 “특히 베르디 ‘맥베스’의 맥베스 부인 역에서는 독보적 명창이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비극적이고 어두운 역할일수록 장점을 보이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다. 내한 공연에서는 현재 남편인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와 함께한다. 부를 노래는 확정되지 않았다.

비극적 여성 주로 맡는 부드러움의 여왕 

마리아 칼라스에 이어 '최고의 토스카'로 불리는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사진 워너뮤직]

마리아 칼라스에 이어 '최고의 토스카'로 불리는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사진 워너뮤직]

오랫동안 전성기를 누리는 네트렙코도 우아한 레가토(부드럽게 이어 부르는 것)에서는 안젤라 게오르규(52)에 밀린다. 게오르규는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음색이 필요한 배역에서 섭외 1순위다.
지난 5년동안 가장 많이 출연한 오페라는 푸치니 ‘토스카’. ‘토스카’의 토스카는 카리스마로 오페라 전체를 끌고가지만 여성적 매력 또한 갖춰야 하는 배역이다. 이용숙 음악평론가는 “우아함과 부드러움이라는 면에서 최고로 꼽히는 목소리”라며 게오르규가 2000년대 초반부터 최고의 토스카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나비부인’의 초초상, ‘투란도트’의 투란도트 등 작곡가 푸치니의 극적이고 무게감 있는 역할이 게오르규에게 잘 맞아 ‘최고의 푸치니 소프라노’로 불린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체급을 바꾼 네트렙코과 달리 처음부터 무거운 역할로 시작하고 일관성 있게 소리 톤을 유지하는 소프라노”라고 설명했다.
게오르규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서거 10주기 한국 공연에 참여한다. 소프라노 신영옥, 바리톤 고성현 등과 함께할 예정이다.

'밤의 여왕' 주특기인 기교의 여왕  

정확한 음정과 고음 표현으로 유명한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사진 에라토/Simon Fowler]

정확한 음정과 고음 표현으로 유명한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사진 에라토/Simon Fowler]

높은 음을 결점없이 부르는 점에서는 디아나 담라우(46)가 누구보다도 앞선다. 기교 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프라노다. 1990년대 후반 데뷔 초창기에는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으로 유명했다. 높은 음을 마치 악기처럼 힘들이지 않고 부르는 기교 때문이었다. '밤이 여왕'은 탄력 있고 오류 없는 담라우의 소리에 걸맞지만 소프라노의 목에 무리를 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때문에 담라우는 2008년 이후 '밤의 여왕' 출연을 자제하고 있다. 대신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한 역할은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다. 보다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소리로 노래하는 배역이다. 극한의 기교가 필요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 역할도 비올레타 다음으로 많이 맡았지만 점차 기교 대신 안정성 쪽으로 배역을 선택하고 있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기술적인 완벽함 대신 소리의 안정감 쪽으로 차별화를 하고 있는 현명한 소프라노”라고 평했다.
11월 첫 내한하는 담라우는 ‘라트라비아타’부터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 벨리니 ‘청교도’와 한국 가곡까지 본인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짰다.

'투란도트' 최다출연 깨끗함의 여왕  

찌르는 듯한 소리로 '최고의 투란도트'라 불리는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 [사진 예술의전당/Lisa-Marie Mazzucco]

찌르는 듯한 소리로 '최고의 투란도트'라 불리는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 [사진 예술의전당/Lisa-Marie Mazzucco]

리즈 린드스트롬(52)이 최근 5년 출연한 오페라의 작곡가는 푸치니, R.슈트라우스, 바그너 뿐이다. 그만큼 목소리의 특징이 뚜렷하다. 특히 5년동안 출연한 오페라 34편 중 18편이 푸치니 ‘투란도트’ 중 투란도트였다. 그 다음으로는 슈트라우스 ‘살로메’(5회)와 ‘엘렉트라’, 바그너 ‘발퀴레’(3회)에 많이 나왔다.
즉 강한 오페라에만 나오는 소프라노다. 칼처럼 찌르는 듯한 소리와 깨끗한 발음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황지원 음악평론가는 “수정으로 빚은 듯 차갑고 깨끗한 소리로 적은 종류의 배역을 맡는 소프라노”라고 평했다. 이용숙 음악평론가는 “소리는 드라마틱한데 외모가 여성스러워 최근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12월 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투란도트’에 출연하며 첫 내한한다. 최근 가장 많이 출연하는 배역으로 한국에 신고식을 치르는 셈이다. 무대 연출, 의상은 없는 콘서트 오페라 형식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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