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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세계 최소형 양자난수생성기 개발…'26조원 양자통신시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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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4월에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은 자율주행자동차가 해킹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연출하고 있다.

지난 4월에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더 익스트림'은 자율주행자동차가 해킹되는 장면을 생생하게 연출하고 있다.

주차장에 있던 수백여 대의 자율주행차들이 해킹으로 인해 순식간에 건물 밖으로 쏟아지듯 추락한다. 거리 위의 자동차들도 원격으로 조종되면서 도로 위는 금세 아수라장이 된다.

양자컴퓨터 개발되면서 기존 RSA 암호 체계도 '해킹 가능성'↑ #SKT, 해킹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양자 난수' 생성하는 칩 개발 #"2025년에 26조원 시장으로 성장"…선진국들도 적극 뛰어들어

지난 4월 개봉한 헐리우드 액션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자율주행자동차가 해킹당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비록 영화 속 상황이긴 했지만 영 말도 안 되는 가정이 아니다. 보안 전문가들은 1990년대부터 기존 암호 체계의 한계와 위험성을 지적해왔다. 현재 인터넷 뱅킹과 전자 상거래, 통신 등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쓰는 암호 기술은 ‘RSA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이 암호 체계의 안전성은 컴퓨터 같은 빠른 연산 장치로도 천문학적인 수를 소인수분해하기 매우 어렵고 오래 걸린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컴퓨터와 다른 양자컴퓨터 개발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RSA 암호 체계도 뚫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1만 자리 정수의 인수분해는 슈퍼컴퓨터로도 1000억년 이상 걸리지만, 초고속 병렬 연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터로는 몇 시간 만에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 암호 체계를 양자컴퓨터와 연계된 양자 정보 통신 기술에서 찾게 됐다. 양자 암호는 광자(빛 입자)를 암호 전달에 이용한다. 양자 암호는 송수신자 외에 제 3자가 외부에서 개입하면 그 순간 암호가 변질되는 특성이 있어서 해킹이 원천적으로 어렵다.

최근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차·드론 등 첨단 IT 기술이 활용되는 곳이라면 이러한 양자 암호 기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해킹당하면 국가 안보와 인간의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23일 세계 최소형 양자 난수 생성기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양자 난수 생성기는 신용카드보다 크고 가격도 수천달러를 호가했다. SK텔레콤은 이번에 개발한 양자 난수 생성기 칩을 통해 시중의 여러 IoT 제품에도 탑재될 수 있게 가격을 낮춰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23일 세계 최소형 양자 난수 생성기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양자 난수 생성기는 신용카드보다 크고 가격도 수천달러를 호가했다. SK텔레콤은 이번에 개발한 양자 난수 생성기 칩을 통해 시중의 여러 IoT 제품에도 탑재될 수 있게 가격을 낮춰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이 23일 개발에 성공한 ‘양자난수생성 칩’은 예측 불가능한 암호를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양자 난수 생성기(QRNGㆍ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다. 이 같은 양자 난수 생성기는 최근 미국ㆍ일본ㆍ중국 등 선진국과 글로벌 IT 기업들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분야다.

그간 시중에 나와있던 양자 난수 생성기는 매우 크고 가격대도 높아 대중들에게 판매되는 상품에는 탑재될 수 없었다. 이번에 SK텔레콤이 개발한 양자 난수 생성기는 5x5㎜의 초소형 칩으로 자율주행차ㆍ드론ㆍ스마트폰 등 다양한 IT 제품에 손쉽게 탑재가 가능하다.

산업용 드론과 같은 중요한 IoT 제품은 통신 인증을 위해 자신의 고유값을 기지국에 송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해킹당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러나 양자 난수 생성기를 활용해 양자 난수를 암호화할 수 있게 되면서 완벽에 가까운 보안도 보장할 수 있게됐다.

[표2] 국가별 양자 통신 분야 개발 현황자료: 미래창조과학부

[표2] 국가별 양자 통신 분야 개발 현황자료: 미래창조과학부

양자 암호를 비롯한 양자 정보 통신 기술은 각국 정부에서 최근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연구 분야 중 하나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해 연말 보고서를 통해 ‘양자 정보 과학’을 국가적 과제와 기회라고 정의했으며, 중국은 중장기 과학기술 개발 계획에 양자 정보 연구 계획을 포함시켰다. 북한도 지난해 “첨단 양자 암호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리서치 기업 마켓 리서치 미디어에 따르면 양자 정보 통신 시장은 2016년 4조33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26조8700억원까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표1] 전세계 및 국내 양자 정보 통신 시장에 대한 전망. 자료: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표1] 전세계 및 국내 양자 정보 통신 시장에 대한 전망. 자료: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우리나라도 2012년 지식경제부가 양자 정보 통신 기술을 ‘10대 IT 핵심 기술’으로 선정한 이후 SK텔레콤 등 민간 기업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ㆍ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국책 기관들을 주축으로 양자통신ㆍ양자 컴퓨터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2010년 ‘양자’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던 시절 SK텔레콤은 양자 암호 통신을 회사의 주요 R&D 과제로 선정하고 이듬해 양자 기술 연구팀을 조직했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SK텔레콤 양자기술연구팀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양자 기술 전문가 10여명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2013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퀀텀정보통신연구조합’을 설립해 중소기업 12곳과 함께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SK텔레콤의 초소형 양자 난수 생성기 개발을 총지휘한 박진효 네트워크기술원장은 “AI, 자율주행 등으로 데이터가 중요해지고, 데이터 송수신을 위한 암호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시장에 일찍 뛰어든 덕분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USB 형태의 양자 난수 생성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번에 개발한 반도체 칩 형태의 양자 난수 생성기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탑재해야 하지만, USB 형태로 개발하면 상용화된 제품에도 바로 연결해서 활용할 수 있다.

곽승환 SK텔레콤 양자기술연구팀장은 “중국ㆍ일본ㆍ스위스 등 경쟁 국가와 대비해서도 우수한 양자 정보 통신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상용화 경쟁에서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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