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뇌물 수수' 유죄 판결, 징역 7년에 추징금 5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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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법조 비리 사건의 진경준 전 검사장이 21일 자신의 항소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법조 비리 사건의 진경준 전 검사장이 21일 자신의 항소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넥슨 측의 돈으로 넥슨 비상장 주식을 사 120억원가량의 차익을 얻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진경준(50) 전 검사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징역 4년을 선고했던 1심 재판부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개별 직무와 대가관계 인정 안 돼도 뇌물" #재판장은 김영란 전 대법관의 친동생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21일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김정주(49) 넥슨 NXC 대표에겐 뇌물 공여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진 전 검사장에게 추징금 5억219만5800원을 내라고 명령했다. 진 전 검사장은 주식 값이 올라 약 120억원을 챙겼지만, 재판부는 처음 주식을 사기 위해 김 대표로부터 받은 돈만 뇌물로 판단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김 대표로부터 4억25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매입했다. 이후 2006년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다시 넥슨에 10억원에 팔고, 대신 8억5370만원 상당의 넥슨재팬 주식을 받았다. 넥슨재팬이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되자 주가가 크게 올랐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김 전 대표로부터 빌린 4억2500만원을 갚지 않은 행위가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넥슨으로부터 3000만원의 제네시스 차량 보증금, 4700만원의 해외 여행경비를 받은 것도 뇌물로 봤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검사와 사업가가 되기 전부터 친하게 지냈고 김 대표가 미래에 직무와 관련된 사건이 생길 것을 예상하고 금전적 지원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 부분을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 대표가 법정에서 ‘우리 사회에서 검사는 힘이 있다. 넥슨의 형사사건 등 분쟁과 관련해 도움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진 전 검사장의 개별적인 업무와 김 대표가 준 경제적 이익 사이에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검사 직무에 대한 대가 관계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식매수 대금을 받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장모와 어머니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고 넥슨 명의로 리스된 제네시스를 이용하다가 처남 명의로 이전 등록해 금품수수 과정을 은폐하려한 점도 판결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넥슨 비상장 주식을 얻은 행위 자체와, 이를 넥슨재팬 주식으로 교환해 120억원대 시세 차익을 올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120억에 가까운 돈은 진 전 검사장 소유로 남게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한진그룹 내사사건을 종결하면서 대한항공에 자신의 처남 회사의 청소용역사업 수주를 압박한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가 넥슨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서도 징역 4년을 선고했던 것은 대한항공 관련 부분 때문이었다. 1심 재판장은 현재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을 맡고 있는 김진동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였다.

◇항소심 재판장은 김영란 전 대법관 동생=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 혐의 유죄 판결을 내린 김문석(58·연수원 13기) 부장판사는 대법관 출신 김영란(61)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친동생이다. 김 전 위원장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제정에 기여했다.

김문석 부장판사 [법원사람들 유튜브 캡처]

김문석 부장판사 [법원사람들 유튜브 캡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중앙포토]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중앙포토]

김 부장판사는 1981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 부장판사의 고교·대학 후배인 법원 고위 관계자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누나인 김영란 전 대법관과의 정(情)도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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