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들락날락 특혜…그룹 회장에 ‘황제수감’ 베푼 경찰 징계 마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원 마크

법원 마크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기업 회장이 제멋대로 유치장을 들락날락할 수 있게 특혜를 준 경찰 간부의 징계는 마땅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유치인 관리규정 위반 강등 징계받은 경찰, 처분취소 소송 기각 #변호인 사본 출입감지휘서 작성 눈감아, 가족과 사무실 면담 특혜도 #유치장에 구속된 조직폭력배 가족·조직원 면담도 도와

춘천지법 행정2부(재판장 정성균)는 강등 등의 징계처분을 받은 경찰 간부 A씨가 강원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21일 밝혔다. 당시 A씨의 특혜를 받은 그룹 회장 B씨를 두고 이른바 ‘황제 수감’ 등의 논란이 불거졌었다.

강원 모 경찰서 과장급 간부였던 A씨는 2015년 9월 특경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돼 이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인 B씨에게 수차례 접견 특혜를 주는 등 유치인 관리규정을 위반했다. 당시 A씨는 B씨의 변호사가 경찰서에 출석하지 않았는데도 변호사 접견원 사본을 이용해 출입감지휘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이런 특혜를 받은 B씨는 유치장에서 나와 최대 2시간 20여 분 동안 가족·회사 직원과 면회했다. 대부분의 접견은 접견실이 아닌 A씨의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변호인이 되돌아간 뒤에도 B씨는 곧바로 유치장으로 가지 않고 A씨의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변호사가 경찰서에 늦게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1시간 25분 B씨가 먼저 유치장에서 나올 수 있게 도움도 줬다. 남다른 대우를 받은 B씨는 변호인 접견원 사본 이용 출감 3회, 변호인 출석 전 사전 출감 5차례, 접견 후 지연 입감 6차례 등 혜택을 받았다.

A씨는 접견이 끝난 뒤 변호사가 퇴실했음에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B씨가 쉴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 사실도 경찰 감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자해 우려가 있는 60~65㎝ 가량의 길이가 긴 수건을 가져와 B씨에게 지급하는 유치인 관리규정을 위반했다.

A씨는 B씨가 유치장에 수감된 기간인 2015년 5월부터 10월까지 B씨의 그룹 계열사에서 제조·판매하는 빵과 롤케이크(수회)를 비롯해 립스틱 세트(23개), 핸드크림·과일·술 등 137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아 청렴의무와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경찰서 유치장 접견 특혜는 조직폭력배 행동대원에게도 제공됐다. A씨는 관리대상 조직폭력배 행동대원 C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되자 2015년 9월 출입감지휘서 없이 12회 출감시켜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족, 조직원과의 면담하도록 도왔다.

유치인의 변호사 접견 및 면담은 출입감지휘서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된다. 특히 가족 등의 면회는 칸막이가 설치된 장소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유치인 관리 규정 등을 위반한 A씨를 지난해 2월 해임하고, B씨 그룹에서 받은 선물 값 137만원의 2배에 해당하는 징계부가금 부과를 처분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같은 해 6월 소청심사에서 ‘강등(경감→경위)’ 처분으로 한 단계 감경에 그치자 강원경찰청장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만으로는 규정 위반 행위가 정당화된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가 기준의 범위 내에서 이뤄진 만큼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