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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머니도 가까운 친척"…미 대법, 이슬람국민 입국 제한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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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 강공 드라이브에 미 연방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부터 이란, 시리아, 수단,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등 이슬람권 6개국 출신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해왔다. 미국에 거주하는 가까운 가족의 초청으로 부모와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 사위(며느리)는 입국이 가능했지만 조부모, 손주, 숙모, 숙부, 조카, 삼촌 등은 제외됐다. 이에 하와이 주 연방법원은 최근 “가까운 친척에 조부모를 포함하지 않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조부모 입국 허용 판결을 했고, 이에 미 법무부가 불복해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연방대법원은 19일 하와이 주 연방지법의 결정을 유지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판결의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다.

지난 5월 미국 시애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시민들. [AP=연합뉴스]

지난 5월 미국 시애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시민들. [AP=연합뉴스]

이번 논란은 연방대법원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6일 이슬람 6개국 국가 출신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제한하는 내용의 반이민 수정 행정명령의 일부 내용을 발효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오는 10월 행정명령에 대한 최종 판결을 예고하면서 그 때까지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재판부는 미국에 있는 개인 또는 개체와 ‘진실한 관계(bona fide relationship)’가 있음을 신빙성 있게 진술하지 못하는 6개국 외국인들에 대해 90일간 입국 금지 조치가 적용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를 근거로 행정부는 가까운 가족의 범위를 나눈 것이다.

입국 제한 이슬람 6개국 국민 중 미국 거주자 조부모 포함시킨 행정명령 위법 판결 # 지난달 “진실한 관계를 증명해야한다”는 모호한 기준 제시해 논란 키워 # #

하지만 이에 대해 주정부가 반발했다. 하와이 주정부는 해당 법이 시행된 다음날 하와이주 연방법원에 ‘진실한 관계’의 범위가 모호하다며 이를 명확하게 가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와이주 연방법원의 데릭 왓슨 판사는 “미 정부의 정의는 지난달 대법원 결정에 부합하지 않으며 상반된다. 미국인과 조부모나 손자손녀, 시동생 처남, 시누이 처제, 숙모ㆍ숙부, 조카, 삼촌, 사촌 등 관계가 있는 사람을 입국 금지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하와이 말고도 다른 12개 주와 워싱턴DC 역시 이와 관련한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멕시코의 밀입국자를 감시하는 미국 국경 수비대원 모습. [중앙포토]

멕시코의 밀입국자를 감시하는 미국 국경 수비대원 모습. [중앙포토]

한편 미 국무부가 연방대법원 판결에 앞서 입국 허용 대상을 조부모 등으로 확대하도록 행정명령을 수정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하와이 연방 지법의 판결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국무부는 “이 결정은 당장 효력이 있으며 대사관과 영사관에 비자 심의 때 이런 기준을 적용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예고한대로 반이민 정책을 강화해왔다. 최근에는 재판없이 불법체류자를 추방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늘리려고 하고 있다. 현재는 국경 100마일(160㎞) 이내에서 체포된 불법이민자 가운데 체류 기간이 2주 미만인 이들을 이민재판 없이 추방하고 있다. 앞으로 국경으로부터 거리 기준을 아예 없애고 미국 전역에서 체포된 불법이민자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체류 기간도 90일 미만인 사람으로 크게 늘려잡고 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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