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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폭락 뒤 폭등…마스터카드 때문에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란의 '어쩌다 투자'] 가상화폐 궁금증 4가지 (상)

 “비트코인이 바다이야기와 다를 게 뭐가 있느냐. 이용자 보호가 전혀 안 된다.”
 ‘코인 열풍의 숨은 비밀을 해부한다…음지에서 싹 트는 바닥 민심의 3대 트랜드 분석’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상 이미지 [사진: coindesk.com 제공]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상 이미지 [사진: coindesk.com 제공]

 위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가상화폐 관련 입법공청회에서 이종근 수원지검 부장검사가 한 말이다. 현장에서 가상화폐를 사칭해 투자를 유인, 서민들을 울리는 사기범들을 검거하면서 생긴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① 이더리움 기업 동맹에 주요 기업 참가 #5월 삼성SDS 동맹 참여 땐 36% 급등도 #② 수사당국 “가상화폐 급등락은 세력 농간” #업계선 “글로벌 시장, 시세조종은 불가능”

 아래는 1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한 정보기술(IT) 전문 매체가 주최한 세미나의 제목이다. 참가비가 1인당 19만8000원(점심식사 포함)인데도 세미나장은 빈 자리 없이 꽉 들어찼다. 50~60대의 장ㆍ노년 참가자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상화폐를 채굴할 수 있는지, 앞으로는 어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가상화폐)이 뜰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하루 차이를 두고 여의도 왼쪽과 오른쪽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한쪽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을 투기판으로 보고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서민이 부자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며 ‘가상화폐 부흥회’를 열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의 양면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가격은 급등락하고, 투기 방지책으로 과세 방안까지 논의되는데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4가지 궁금증을 정리했다.

① 폭락 뒤 폭등…이번엔 왜 오르나

 가상화폐 거래 시장은 주식시장처럼 시가와 종가가 없다. 365일 24시간 열려있다. 그래서 날짜를 기준으로 하거나 현시점보다 24시간 이전 가격을 기준으로 등락률을 표시한다.

 가상화폐 시장은 최근 하락세다. 8월 1일 비트코인 분할 이슈가 불거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커진 탓이다. 가상화폐는 기존 법정화폐(예를 들어 한국의 원화, 미국의 달러화 등)처럼 국가가 보증을 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얼마나 그 가상화폐를 신뢰하고 쓰느냐에 따라 가치가 올라간다.
(관계기사 7월 14일 B2면 '[J report] 폭풍전야 가상화폐')

 특히 지난 주말엔 처잠했다. 비트코인ㆍ이더리움 등 모든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했다. ‘피의 주말’이었다. 비트코인은 15일 주말 토요일 273만2000원에 시작해서 16일 일요일 자정 기준으로 204만2000원에 거래됐다(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가격 기준). 주말 이틀간 25% 떨어졌다. 16일 장중 한때는 200만원선이 붕괴, 180만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 자료: 코인원

비트코인 가격. 자료: 코인원

 이더리움 낙폭은 더 크다. 같은 기간 23만1800원에서 16만50원으로 31% 폭락했다. 100만원 투자했다면 69만원만 계좌에 남은 셈이다. 이더리움 투자자들 가운데선 두 자릿수 가격(10만원대)이 조만간 무너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횡행했다.

이더리움 가격. 자료: 코인원

이더리움 가격. 자료: 코인원

 시장은 월요일인 17일부터 반전됐다. 비트코인은 17~18일 이틀간 34% 올랐다. 주말 낙폭을 모두 회복, 20일 오전 9시 20분 현재 265만원에 거래 중이다. 이더리움은 51% 급등했다. 주말 낙폭 전보다 오히려 가격이 더 올랐다. 현재는 23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고, 골이 깊으면 산이 높은’ 법이다. 또 다른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의 신원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시장 불확실성(8월 1일 비트코인 분할 우려)이라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빠져도 너무 빠졌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된 것 같다”며 “특히 이더리움 급등은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EEA)’ 이슈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EEA는 18일(미국 현지시간) 마스터카드와 시스코 등이 EEA에 합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이후 동맹에 새로 가입한 기업은 34개다. 이로써 총 회원 기업은 150여개에 이른다는 게 EEA 발표다. 발표 사실이 국내 알려진 19일 장중엔 30만원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앞서 5월 22일 삼성SDS가 EEA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그날 하루에만 이더리움 가격이 36% 폭등했다. 전후 일주일간 10만원 초반선이던 이더리움 가격은 35만원까지 뛰었다.

이더리움

이더리움

 기업들이 EEA에 참여했다고 해서 이더리움을 결제 수단으로 쓰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더리움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블록체인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더리움 가치 측면에선 분명 호재다. EEA 참여 기업이 늘어난다는 건 이더리움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의미이고,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도가 가치(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② 가격 급등락, 세력의 농간인가

 가상화폐 가격은 다른 자산과 달리 가격 등락폭이 유독 심하다.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보고 뒤늦게 뛰어들었다가는 하루새 자산 가치가 반토막이 날 수도 있다. 만약 15일 이더리움을 그날의 고가인 23만9500원에 샀다가 16일 저점인 13만2150원에 팔았다면, 하루새 원금의 45%를 허공으로 날린 셈이 된다.

 이같은 가치 급변동 때문에 가상화폐를 화폐, 혹은 지급결제 수단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많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가상화폐 관련 입법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온 한경수 변호사는 “가상화폐의 원조격인 비트코인이 처음에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출발했지만 가격 등락폭이 너무 커 통화로서의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현재는 투자, 혹은 투기 수단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이종근 수원지검 부장검사는 “현재 가상화폐는 화폐로서 기능하기보다 투기 자산이 되고 있고 다단계 사기 범행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과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와 같은 튤립버블이 재연되면 막대한 서민경제의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부장검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작년까지 중국의 가상화폐 거래 비중이 90%에 육박했지만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그 투기 세력이 한국 시장으로 건너와 가상화폐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며 “코스닥이나 코스피 등 주식시장을 통한 투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가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달리 가상화폐 시장의 규모가 커 지는 게 무슨 가치를 창출하느냐”고 강조했다.

붉은색이 전체 비트코인 거래에서 중국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 올 들어서 그 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파란색이 미국 달러화, 보라색이 기타 통화의 비중이다. 자료: 코인힐스

붉은색이 전체 비트코인 거래에서 중국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 올 들어서 그 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파란색이 미국 달러화, 보라색이 기타 통화의 비중이다. 자료: 코인힐스

 가상화폐 시장의 가격 급등락이 투기 세력의 시세 조정의 결과물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거래량이 적은 코스닥 기업은 몇 십억만 있어도 가격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지만,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120조원 규모로 커졌고,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만 해도 30조원 시장인데 어떻게 시세 조정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 시장이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내 거래소를 통해 국내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리면 차익 거래 세력들이 바로 들어와 매도해 가격이 글로벌 수준에 맞춰진다”고 말했다.

 5월 말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했을 때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이 30% 안팎, 최대 70%까지 붙었던 것은 이용자가 폭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코인원에 따르면, 4월 4658억원이던 월간 거래액은 5월 3조8000억원, 6월엔 7조6000억원까지 16배 넘게 늘었다. 가입자 수 역시 4월 2만7138명에서 5월엔 8만8144명, 6월엔 13만800명으로 급증했다.

 신원희 COO는 “기존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 관점에서 가상화폐 시장을 바라보기 때문에 시세조종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명훈 대표는 “지금은 가상화폐 시장이 성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뉴스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이 성숙되면 가치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거고 그러면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기능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2가지 이유는 ‘8월 1일 전후 비트코인 출금 못한다…가상화폐 궁금증 하’편에 계속)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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