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때문에 군대 안간 사람의 취미가 테니스”질문에 백운규 “미국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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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가 19일 진행된 가운데,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했다. 백 후보자는 “송수그럽다”며 사죄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 등에 따르면 백 후보자는 사전질의서에서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1987년 교통사고로 무릎 부상을 당한 뒤 1989년 2월 수술을 받았다. 같은 해 6월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박종근 기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박종근 기자

백 후보자가 최초 현역 판정을 받은 때는 1985년이다. 당시 그는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백 후보자는 유학을 이유로 입영연기를 신청했다. 4년 뒤 그는 ‘우 슬내장·관절경하 수술’을 이유로 5급 전시근로역(당시 제2국민역)을 받아 군 복무를 하지 않았다. 백 후보자는 국회에 보낸 서면질의답변서 등을 통해 “(미국에서) 1987년 겨울 운전 중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가로수를 들이받는 바람에 오른쪽 무릎 관절을 다쳐 수술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백 후보자가 사고를 당한 시기는 1987년인데, 약 2년이 지난 시점인 1989년에 슬내장(膝內障·외상 후 무릎관절에 생기는 통증) 수술을 받고 4개월 뒤 재신체검사에 임한 것은 병역 회피를 위한 시기 조절 아니냐는 게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다. 야당 의원들은 유학 중인 백 후보자가 병역면제를 받기 위해 3주간 일시 귀국한 점도 의혹을 부채질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슬내장은 1986년 변경된 규칙에 의해 1990년까지만 면제 사유로 적용됐다.

손금주 의원은 “실제 병역의무를 다하지 못할 상황이었는지 합리적 의구심이 든다”며 “병역면제 신체검사를 위한 입국에서 출국까지 단 3주밖에 걸리지 않은 것은 계획적이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도 "사고기록도 없고 본인이 어디서 엑스레이를 찍었는지도 모른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 ‘병역문제는 의혹만으로도 고위공직자로 갈 수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병역 의혹이 있는 국무의원 후보자를 국회 청문회에 보내는 사람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당시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다리를 절었다"며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은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백 후보자는 오전까지 국회에 교통사고 확인서, 병원 진료 기록등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도 백 후보자가 과거 한 대학에 낸 이력서를 공개하며 “무릎 때문에 군대도 안 간 사람이 테니스가 취미란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백 후보자는 병역 면제 판정 3년 뒤 이 대학에 교수직으로 지원하며 취미에 ‘테니스’라고 기재했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교통사고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절룩절룩 했다”며 “미국에서 수술을 그렇게 (불투명하게) 할 수가 없는 나라인줄 아시지 않나”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백 후보자가 수행한 국책과제 15건 중 12건을 티씨케이와 진행했다”며 “일본 전범 기업의 발전을 위해 대한민국 세금을 사용한 셈이어서 장관 자격이 없다”고 말하자 백 후보자는 “내가 티씨케이와 한 국책 과제는 1건뿐이고, 정부 지원금도 1억2000만원 수준으로 많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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