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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애국지사의 이름으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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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아나키스트 박열과 그의 부인 가네코 후미코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다. 문경 기념관엔 방문객이 몰린다. 그들의 항일운동을 다룬 영화가 흥행하면서다.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며 독립운동가로서 박열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궁금하다는 이가 많다. 안중근·윤봉길은 의사, 이준·유관순은 열사로 불리는 것을 두고서다. ‘의사(義士)’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무력으로 적에 대한 거사를 결행하다 죽은 이, ‘열사(烈士)’는 맨몸으로 저항하다 죽은 이다. 직접적 행동보다 자결과 같은 죽음으로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한 경우다.

일왕 폭살을 기도했던 박열은 주로 의사로 불린다. 이들을 나라에 헌신하려는 뜻을 품은 사람이란 의미에서 ‘지사(志士)’라고도 한다. 의사·열사가 순국한 뒤 붙일 수 있는 이름이라면 지사는 생전에도 쓸 수 있는 말이다.

일반적으론 이렇게 구분하나 국가보훈처에선 의사·열사 구분 없이 독립유공자로 표기하고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나뉜다. 김구 선생, 이봉창 의사, 민영환 열사 등 특정 인물에 따라붙는 호칭을 일종의 언어 관습으로 보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 중 광복 전에 사망한 이는 순국선열, 살아서 광복을 맞은 이는 애국지사로 구분한다. 김좌진 장군·안창호 선생 등은 순국선열, 김구 선생·김원봉 장군·박열 의사 등은 애국지사에 해당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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