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화점,집토끼 ‘액티브 실버’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여성 시니어 모델들이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롯데는 9월 잠실점에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시니어 모델을 활용할 예정이다.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여성 시니어 모델들이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롯데는 9월 잠실점에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시니어 모델을 활용할 예정이다. [사진 롯데백화점]

서울 논현동에 사는 오복송(73ㆍ여)씨는 한 달에 한 번 갖는 정기모임을 백화점에서 할 때가 많다. 백화점은 대체로 지하철역 인근에 있어 찾기 쉽고 많이 걷지 않아도 되고 편의 시설도 많다. 집에 돌아가기 전 장을 볼 수도 있다. 오씨는 “다들 운전하길 꺼려 이제 멀리 가기는 번거롭다”며 “큰 고민 없이 한 자리에서 밥 먹고 차 마시고 볼거리도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자기 관리 위해 지갑 여는 젊은 노인 #백화점 업계 시니어 마케팅 적극 #건강관리제품, 가발 등 맞춤 매장 #문화센터 시니어 관련 강좌 봇물

온라인 유통업체의 가파른 성장세에 눌린 백화점 업계가 ‘액티브 시니어’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란 은퇴 이후에도 하고 싶은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 도전하는 노년층을 뜻한다. 이들은 외모와 건강관리에 관심이 많고 여가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은퇴 이후에도 경제권을 쥐고 있어 구매력도 갖추고 있다. 한국 보건 산업 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실버 시장은 2020년 72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

,

액티브 시니어들은 여전히 백화점을 선호한다. 전성기에 즐겨 다닌 곳이라 추억이 있고, 익숙하다. 게다가 여전히 인터넷 주문을 불안해하거나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꼭 지켜야 할 ‘집토끼’인 셈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기준으로 60대 이상의 매출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2%씩 성장했다. 이는 전체 평균 신장률(2~3%)보다 월등히 높다.

대부분 고가인 해외 상품군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2.5%로 5년 전보다 3.5% 늘었다. 가장 많이 산 제품은 ^ 명품 의류 ^명품 시계 ^기초 화장품 ^대형 가전 ^캐릭터 의류 등으로 대부분 자신을 가꾸기 위한 품목이었다.

,

,

실버 층이 핵심 고객이 되면서 백화점의 매장 구성이나 동선도 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15년 9월 6개 지점에 건강관리용 제품을 모은 편집 매장 ‘헬스데크’를 만들었다. 안마의자, 발 마사지 기기, 손목 보호 장비 등을 모아놓았더니 반응이 좋았다. 편집 매장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0.7% 증가했고 올해도 약 45%가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건강용품 매출은 60대 이상 골든 에이지 층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 구미에 맞는 상품을 찾고 마음에 들도록 시설에 더 신경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14개 지점에 마련된 여성 전용 가발 매장 매출도 매년 18%씩 증가하고 있어 노년 타깃 매장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시니어의 존재감이 커졌다. 롯데백화점 문화마케팅팀 김대환 팀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 노년층은 미용·여행·운동 등 자신을 가꾸는 분야의 강좌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롯데 강남점은 지난 1월 문화센터를 신축하면서 시니어 관련 강좌를 20% 늘렸다. 이 중 ‘우아한 시니어 셀프 뷰티 관리법’, ‘시니어 사진 여행’은 순식간에 마감됐다. 오는 9월에는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 과정을 새로 만들어 수강자가 직접 모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시니어 요가’ ‘노후대비 재테크’와 같은 강의는 공고가 뜨기 무섭게 마감된다.

백화점의 시니어 잡기 경향은 해외에서도 유사하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다카시마야(高島屋) 백화점은 지난 2013년 3개 점포에 ‘건강의 정원’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성과를 거두었다. 기존의 건강용품 코너를 ‘미ㆍ건강’ 컨셉트로 정비하고 실버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콘텐트를 제공해 손님을 끌었다. 미쓰코시(三越)백화점은 65~74세 여성을 위한 패션 편집 매장 ‘리 스타일 레이디’를 운영하면서 피팅룸을 다른 매장의 2배 크기로 만들었다. 휠체어를 탄 노인도 편히 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백화점 내에 휴식 공간을 충분히 마련하고, ‘사랑방’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공간도 제공한다.

영국 셀프리지 백화점은 아직 현역인 시니어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동원했다. 이들은 작품을 판매·전시하는 ‘은퇴 르네상스’ 캠페인을 통해 마음이 젊은 노년층에 소구한 것이다.

30~40대 소비자의 백화점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버 마케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백화점은 노인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인상이 굳어질 위험도 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문삼권 리빙사업부장(상무)은 “고령화로 고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헬스케어 전자제품이 백화점의 새로운 상품군 자리잡은 것처럼 유통업의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