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현 중3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교육부는 17일 수능 개편 작업을 전담할 '대입 단순화 및 수능개편 추진 TF팀’을 구성해 업무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17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TF팀’ 구성 #현 중3에 내년부터 적용될 새 교육과정 맞춰 준비 #절대평가 적용 과목, '전과목 전환' vs '단계적 전환' #고교 "수능 부담 줄면 다양한 진로 계발 가능" 찬성 #대학·학생 "수능 변별력 잃으면 내신·면접 부담 커져"
이날 이주희 대입제도과장은 “다음 달 31일까지 TF팀을 운영하면서 학생·학부모와 고교·대학 등 교육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합리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직원 5명으로 구성된 TF팀은 대입을 담당하는 대입제도과 안에 꾸려졌다.
교육부는 애초 수능 개편안을 이달 중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조기 대선과 장관 인선 지연 등에 의해 미뤄졌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늦어도 8월 말까지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와 적용 범위 등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능 개편안을 놓고 이견도 만만치 않다. 절대평가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 “대입 변별력 상실로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의 주요 내용과 논란이 되는 쟁점 등을 Q&A 형식으로 풀어봤다.
- 왜 2021학년도 대입에 맞춰 수능을 개편하려 하나.
- 현 중3이 고1이 되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 때문이다. 2021학년도 수능은 새 교육과정을 처음 적용하는 시험이 된다. 새 교육 과정은 ‘문·이과 통합 과정’이 핵심이다. 1학년 때 공통과목(국어·영어·수학·한국사·통합사회·통합과학·과학탐구실험)을 이수하고, 2·3학년 때 문·이과 구분 없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과목(일반선택·진로선택)을 듣는다. 교육과정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수능 개편도 불가피하다.
- 구체적인 개편 방향은.
-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자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해 올해 3가지 수능 개편안을 내놨다. 이를 토대로 수능 개편의 방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 1안은 현행 수능 체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한다. 국어·영어·수학을 치르고 탐구영역을 선택하는 것으로 현재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2안은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과목만으로 수능시험을 보고, 3안은 수능시험을 공통과 선택과목으로 나눠 두 차례 치르는 방식이다. 1안은 통합교육 과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고, 2안은 1학년 때 배운 과목만으로 시험을 치르는 게 타당한지에 관한 논란이 있다. 3안은 수능을 두 번 치르기 때문에 학업부담이 지금보다 증가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절대평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 개편안의 최대 쟁점은 절대평가 방식의 적용 범위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과도한 입시경쟁을 줄이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능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수능 과목 중 영어와 한국사만 절대평가로 치러지고 있다. 한국사는 지난해, 영어는 올해부터 도입됐다. 교육부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두 가지 방안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1학년도부터 국어·수학 등을 포함해 전과목을 절대평가로 치르는 ‘전면 전환’과 국어·수학과목은 제외하고 공통사회·공통과학만 절대평가로 바꾸는 ‘단계적 전환’이다.
-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어떤 장점이 있나.
- 현재 같은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4% 이내에 들어야만 1등급이 나온다. 하지만 절대평가가 되면 100점 만점에 90점만 받으면 1등급이 된다. 이주희 대입제도과장은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일정 기준 이상만 성취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교사들은 대부분 찬성한다. 공교육이 살아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지난 4일 한국교총이 발표한 설문에서 초∙중∙고 교사 2077명 중 절반(51.9%)이 절대평가 전환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것”(46.8%), “학생의 입시 부담 완화”(28.5%)라는 이유였다. 안연근(잠실여고 교사) 서울진학지도협의회장는 “현재는 고교 교육의 큰 축이 수능에 맞춰져 있어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없다. 수능 부담을 줄여야 학생이 진학하고 싶은 학과와 진로를 탐색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반대도 만만치 않던데.
- 대입에서 수능이 변별력을 잃어버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선 수능만으로 합격·불학격을 가르기 어려워진다. 상대평가에서는 1등급을 받는 비율이 4%로 정해져 있지만 절대평가는 가늠할 수가 없다. 시험 난이도에 따라 매년 1등급 인원수가 ‘널뛰기’ 할 수도 있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사정관팀장은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대학들이 정시모집에서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대학들로선 정시를 줄이고 수시를 대폭 늘리거나 정시에서도 내신·면접·학생부 등을 다양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이나 입시업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입시업체 진학사가 지난 5월 고교생 379명을 설문한 결과 65.2%가 “수능 절대평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학생 42.4%는 절대평가가 되면 “각종 교내대회 수상실적이나 동아리 활동과 같은 비교과 관리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수능 출제영역(과목)도 개편되나.
-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과목만 치르자는 의견, 2~3학년 때 배우는 선택과목도 포함하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공통과목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새 교육과정과의 연계를 강조한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2015개정 교육과정은 공통과목으로 기본적인 지식을 쌓고, 이후 학생 스스로 진로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교과를 공부하는 게 목표다. 선택과목을 시험으로 치르면 도입 취지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 선택 과목을 치르지 않으면 해당 과목에 대한 교육이 아무래도 소홀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수능을 1학년 때 배운 공통과목만으로 본다면 심화·선택과목을 경시하고 공통과목만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며 "선택과목도 현재 탐구영역처럼 수능을 치르자"고 주장했다.
전민희·정현진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