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장명진 방사청장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국산헬기 '수리온' 문제점 알고도 눈 감고 납품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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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사진 방사청]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사진 방사청]

1조 2000여억 원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엔진ㆍ기체ㆍ탑재장비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문제점을 제대로 고치지 못한 채 전력화를 강행했다. 감사원은 장명진 방사청장과 이상명 한국형헬기사업단장 등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16일 감사원에 따르면 수리온은 실전배치 후 ▶엔진과속 후 정지 ▶프로펠러와 동체 상부 전선전달기 충돌 ▶전방유리(윈드실드) 파손 ▶동체 프레임(뼈대) 균열 등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결빙현상이었다. 항공기 표면에 구름입자 등이 충돌해 얼음피막을 형성하고 커지는 결빙현상이 발생하면 항공기의 성능과 조종능력이 떨어지면서 심하면 엔진까지 손상될 수 있다.

감사원은 2015년 비상착륙 2회ㆍ추락 1회 사고의 직ㆍ간접적인 원인이 헬기의 결빙현상이 드러났지만 방사청은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방사청은 실제 비행시험을 통해 결빙 안전성을 확인하고 수리온 헬기를 전력화했어야 한다”며 “결빙현상을 밝혀낸 2009년 1월 개발기간이 3년이 남아 비행시험을 할 여유가 있었지만 방사청은 사업일정을 이유로 시험비행을 미뤘고, 결빙 관련 성능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2012년 7월 적합판정을 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미국에서 수리온 헬기의 결빙성능 시험을 진행한 결과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이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오자 2016년 8월 수리온 2차 납품을 중단했다. 그런데 같은 해 10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결빙성능을 2018년 6월까지 보완하겠다”고 발표하자 방사청은 방사청장 승인 아래 납품을 재개하도록 했다.

결빙현상이 고쳐지지 않앟는데도 수리온을 계속 전력화했기 때문에 비행안전성에 문제가 생겼고, 지체상금(배상금) 약 4571억원을 부과할 수 없게 됐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감사원은 2015년 10월 ‘무기체계 등 방산비리 1차 기동점검 결과’를 통해 “KAI가 수리온을 개발하는 과정에 원가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해 54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지난 14일 개발비 등 원가조작을 통해 제품 가격을 부풀려 부당한 이익을 챙긴 혐의(사기) 등과 관련해 KAI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수리온은 2006년 6월부터 6년간 1조2950억여원을 투입한 결과 2012년 7월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아 개발이 완료됐고, 2012년 말부터 육군이 60여대를 도입해 운용 중인 다목적 헬기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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