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유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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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호 04면

나이 들면 짜증만 늘어난다더니, 제가 딱 그 꼴입니다. 심지어 영화를 보다가 부아가 치미는 경험을 하게 됐네요.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보러 갔다가 그런 느낌과 마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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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세대 교체한 스파이더맨이 등장합니다(그러고 보니 지난번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2016)에서 이미 나왔었네요). 그런데 나이가 열다섯,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혈기 방자한 하이틴답게 몸속 에너지를 방출하지 못해, 슈퍼 히어로로서 인정받기 위해, 안달입니다. 때문에, 아무리 만화적 설정이라지만, 감당하지 못할 사고도 여러 번 일으킬 뻔하지요. 내심 ‘열다섯 살짜리가 인류를 구한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억하심정이 들었나 봅니다. 영화에서도 “젊은이, 세상을 좀 더 알 필요가 있네” 같은 조언이 등장하지요.

하지만 블로그에는 ‘유쾌한 10대 히어로의 등장’ ‘잘 와주었네, 거미 소년’ 등의 문구로 가득합니다. 후배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귀엽잖아욧! 뭐가 문제인데요?”라는 반응입니다.

제가 느낀 거부감은 경험이 부족한 아마추어가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불안함이랄까요. 마블 코믹스도 그런 측면에서 하이틴 스쿨 무비의 성장물로 풀어내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왠지 세상 물정 꿰뚫고 있는 영악한 소년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제가  ‘꼰대’가 됐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게 영화 속 얘기가 아니라 우리 현실로 닥쳐왔다는 우려 때문일까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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