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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공일 칼럼

함부르크 G20-1 정상회의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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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전 재무부 장관

사공일 중앙일보 고문·전 재무부 장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유럽과 미국 지도자들의 공통 위기의식에서 2008년 출범했다. 그 이듬해에는 G20 정상회의를 “국제경제 협력의 최상위 포럼”으로 활용할 것과 정상회의의 매년 정규 개최에 합의했다. 그 이후 G20은 긴밀한 정책공조를 통해 1930년대의 대공황(Great Depression)과 같은 재앙에 빠질 수 있는 세계경제를 대불황(Great Recession) 선에서 막아내고, 기존 세계금융체제와 글로벌 거버넌스 개선에도 상당히 기여한 바 있다.

G20은 글로벌 리더십 부재 #강조하는 G20-1로 특징지어야 #미 금리 인상·유동성 환수에 따른 #국제 금융불안을 안 다뤄 아쉬워 #정부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한·미 FTA 태스크포스 운영 필요

그 결과 역설적으로 G20에 대한 정상들의 열의는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를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게 되었고, 급기야 기존의 G7처럼 G20도 의례적인 정상모임이 되어 구체적 행동계획이 따르지 않는 추상적 수사(修辭) 중심의 선언문 발표에 급급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정상들은 G20보다 양자 내지 복수 정상 회의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 왔다.

더욱이 지난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사전에 예견된 일이지만 미국제일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공동성명 발표마저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일부 외신은 함부르크 G20을 ‘G19+1’로 특징지었다. 필자는 현재 세계의 리더십 부재 상황을 재확인시켜 주는 ‘G20-1(미국)’로 특징짓고 싶다.

G20-1은 현실적으로 흔히 말하는 G 제로, 즉 글로벌 리더십 부재 상황을 뜻한다. 이런 상황하의 세계는 소위 ‘킨들버거 함정’에 빠져 1930년대의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재앙을 맞을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현재 새로운 패권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이 스스로 포기한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을 메워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면 세계는 킨들버거 함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도 책임 있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국제사회의 신뢰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모두가 나설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는 글로벌 리더십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다. 우선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G20 회원국으로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및 신흥경제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히 G20 밖에 있는 많은 신흥경제국과 개발도상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에 앞장설 수 있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상과 유동성 환수를 시작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그동안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정상화와 유동성 환수에 곧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조만간 일본중앙은행 역시 유동성 공급을 줄여 나가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국제자금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특히 달러 부채가 큰 상당수 신흥경제국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확실하게 예상되는 문제를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심도 있게 다루지 못한 것과 사전에 우리가 나서 주요 의제로 설정토록 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현재 신흥경제국들의 경제금융 규모가 크고 선진국 경제와의 통합도가 높아 유사시 선진제국에 대한 파급효과 또한 상당히 클 수 있다. 따라서 이 주제의 논의는 선진국 경제와 세계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우선 미국의 각종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미리 예상하고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며칠 전에 미국 정부가 통보한 한·미 FTA의 조정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정부 내 통상조직 강화와 함께 관련 부처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시적 태스크포스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히려 우리가 적극적인 자세로 설득력 있는 논리와 분석으로 대응한다면 반드시 우리에게 불리한 결과만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물결 속에서도 국제무역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품과 서비스의 기본 경쟁력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통상외교와 국제협력과 함께 우리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 제거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물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개혁은 중요하다. 아울러 우리 경제 전체의 체제적 효율성 제고를 위한 법질서의 확립과 제반 경제 사회 제도의 개선은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교육개혁의 필요성은 되풀이할 필요조차 없다.

사공일 본사 고문·전 재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