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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 등본'까겠다는 일본 제1야당 여성 대표,왜?

중앙일보

입력

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 렌호(蓮舫·50)대표의 호적 등본 공개가 일본 사회와 정치권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그동안 이중국적 논란에 시달려온 그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대만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호적 정보를 18일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렌호 대표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 이나다 도모미(稲田朋美) 방위상 등과 함께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는 스타급 여성 정치인이다. 대만 국적의 부친과 일본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그에 대해선 지난해 9월 대표 경선을 앞두고 ‘네트 우익’으로 불리는 이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상에서 ‘이중국적’논란이 본격화 됐다.

이중국적 논란에 시달려온 일본 민진당의 렌호 대표가 호적 정보 일부를 공개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중앙포토]

이중국적 논란에 시달려온 일본 민진당의 렌호 대표가 호적 정보 일부를 공개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중앙포토]

랜호 자신의 오락가락 해명도 논란을 키웠다.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당초 "난 태어난 시간부터 일본인"이라고만 주장했다. 이후 언론사들의 본격적인 추적이 시작된 뒤엔 "대만 국적이 함께 남아있었지만, 기억이 부정확해 알지 못했다"는 식으로 말이 달라졌다. 이후 대만 국적 포기 절차를 밟았고, 민진당 대표에 선출된 뒤엔 "대만국적을 버리고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중 국적 논란 시달린 렌호 대표 "호적 정보 공개" #"차별주의자 압박에 프라이버시 공개 안돼"반론도

그런데 지난 2일 도쿄도 선거에서 민진당이 5석을 얻는데 그치며 망신을 당하자 이중국적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인터넷에선 “대만 국적을 버렸다는 증거를 렌호가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고, 당내에서도 “이번 기회에 털고 가지 않으면 내년 중의원 선거에서도 화근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그래서 결국 렌호가 ‘대만 국적 이탈’의 증거를 공개하기로 마음을 굳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렌호가 결심을 공개하자 이번엔 당내에서 호적 공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기 시작했다고 아사히는 보도했다.

실제로 당내에선 "정당의 대표가 가장 사적인 분야에 속하는 호적을, 그것도 강요에 의해 공개해서 되겠느냐"라거나 “‘동료의원들이 시켜서 공개합니다’라는 식으로 대응하게 되면 오히려 일반 국민들의 불신감만 키울 것”이란 공개적인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렌호의 국적을 문제삼는 이들중 상당수는 '네트 우익'으로 불리는 차별주의자들인데, 호적을 공개하게 되면 그들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는 셈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논란이 증폭되자 렌호는 "호적등본 자체를 그대로 공개하는 건 아니다"라며 "호적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속하며, 차별주의자나 배외주의자들(의 압박)에 의해 공개하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고 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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