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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의 ‘법 해석’, 법에 우선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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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천인성 기자 중앙일보 모바일24부디렉터(EYE)
천인성 사회1부 기자

천인성 사회1부 기자

“정권 바뀌었다고 법 해석을 뒤집으면 교육청을 어떻게 믿나.”(서울 강북 A초등 교장)

“징계 대상자가 하루아침에 ‘양심 교사’가 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B중학 교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정치운동 집단행위 금지’를 위반한 교사들의 징계 절차를 돌연 취소하자 나온 혼란스러운 반응이다.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은 세월호 참사 직후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교사 선언’을 한 교사들을 불러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런데 조 교육감의 결정으로 하루 전 취소됐다. 그는 “정권이 바뀌면 법 해석도 달라져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그 역시 이들의 법 위반은 인정했다. 징계위를 취소하는 공문에서 그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 요구는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참사, 국정 교과서를 묵과할 수 없어 일어난 법률 위반을 징계하는 건 징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기자들에겐 “ ‘촛불 시민’의 진출, 새 정부 출범 등에 비춰볼 때, (당시) 시국선언은 이제 용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권 교체로 시국선언의 ‘옳음’이 입증돼 징계 사유가 사라졌다는 논리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을 맞아 정책 구상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을 맞아 정책 구상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청도 거들었다. 징계 취소의 근거로 ‘사회통념에 비춰 공무원 품위를 손상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징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칙을 들이댔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한 공무원은 “교통사고처럼 업무와 무관한 일로 처벌받지 않도록 한 규칙인 것으로 안다. 정치적 중립 위반에까지 적용된다는 건 처음 들었다”고 의아해했다.

심히 우려되는 건 “교원의 정치적 활동이 허용되는 것처럼 해석될 소지가 크다”(한국교총)는 점이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국가공무원법·교원노조법에 명시돼 있다.

전교조는 이러한 법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4년 “정치활동을 허용하면 학생 피교육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며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많은 학부모도 “학교·교육을 정치에서 보호하는 안전판”이라는 데 공감한다.

교육감들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법을 해석하면 교육은 혼란에 빠진다. 조 교육감은 법치주의가 흔들려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지난 정부에서 배우지 못했나. 교육감의 ‘법 해석’이 법보다 우선하는 건지 묻고 싶다.

천인성 사회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