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 바꾼다 … 아베의 ‘호위무사’ 스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스가 관방장관 등 내각의 골격은 유지할 것인가.
“정책이 결과를 내려면 안정감이 너무나 중요하다. 골격은 바꾸지 않아야 한다.”

9일 순방지인 스웨덴 스톡홀름의 호텔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와 기자들 사이에 오간 대화다.

선거 참패 책임론에도 “유임” #4년반째 보좌, 역대 최장수 장관 #‘도련님’ 아베와 다른 자수성가형

빙빙 돌려서 애매하게 말했지만 발언의 핵심은 도쿄도 의회 선거 참패 이후 경질설이 돌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유임이었다. 스가 경질론이 나온 건 아베의 친구가 이사장인 대학에 수의학과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총리실이 관여했다는 특혜 의혹 때문이었다. 지난 5월 수의학과 신설이 ‘총리의 의향’이라는 문건이 폭로됐을 때 스가는 “괴문서 같은 문서”라고 했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의 추가 조사 결과 해당 문서의 존재가 확인됐고, 스가의 말은 거짓말이 됐다. 그의 발언이 논란을 더 키웠고 선거 패배의 원인이 됐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스가 책임론’이지만 아베는 결국 ‘스가는 못 바꾼다’는 입장을 확실히 한 것이다.

관방장관은 우리의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홍보수석을 합쳐 놓은 듯한 자리다. 총리를 보호하는 정치적 호위무사다. 스가는 아베가 재집권한 2012년 12월부터 4년 반 동안 관방장관직을 지켰다. 일본 역사상 최장수 기록을 이미 1년 전에 갈아치웠다.

‘정치 명문가 도련님’ 아베와 달리 스가는 완벽한 자수성가파다. 1948년생으로 아베보다 여섯 살 위인 그는 아키타(秋田)현 농촌 출신이다. 고교 졸업 후 도쿄에 무작정 상경, 골판지 공장과 카레집에서 일하며 고학으로 호세이(法政)대를 졸업했다. 2006년 아베가 자민당 총재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그 해 발족한 아베 1차내각의 총무상에 기용됐다. 아베의 복귀 무대였던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아베가 망설이자 “져도 좋으니 한번 더 아베의 진면목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자”고 3시간을 설득한 이도 스가였다. 2014년 아베가 기습적으로 중의원을 해산하도록 아이디어를 내 자민당 의원들이 “아베에게 밉보이면 언제든 배지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심을 느끼게 만든 것도 스가였다.

12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아베의 정치적 위기속에 스가의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스가가 과거 6개월마다 한번 씩 열었던 무계파 의원들과의 모임을 매달 열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닛케이는 “확실한 후계자가 없는 만큼 그가 아베의 조력자에만 머물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