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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 US오픈, 소리없이 강한 양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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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양희영은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세리 키드’다. 외모가 닮아 ‘제2의 박세리’로 불렸다.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뒀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그는 11번째 US오픈에서 정상에 도전한다. [중앙포토]

양희영은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세리 키드’다. 외모가 닮아 ‘제2의 박세리’로 불렸다.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뒀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그는 11번째 US오픈에서 정상에 도전한다. [중앙포토]

양희영(28·PNS)은 2015년 US여자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73타를 쳤다. 역대 US여자오픈 최저타 기록(272타)에 한 타가 모자라는 뛰어난 스코어였다. 그러나 양희영은 우승하지 못했다. 최종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전인지(23)가 바로 그 최저타를 기록했다. 다른 해였다면 273타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기에 충분한 스코어였다. 양희영의 273타는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한 스코어 중 최고 성적이다.

무관의 메이저 지배자 양희영 #최근 5년간 네 차례나 우승 경쟁 #2010년 이후 7차례 평균 71.5타 #언더파 힘든 대회서 놀라운 기록 #인내심 좋아 어려운 코스에 강해 #11번째 출전서 첫 메이저퀸 도전

양희영은 메이저 대회 성적이 좋은 편이다. 메이저 대회에 40번 출전해 톱 10에 16차례 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 양희영은 11일 현재 세계랭킹 9위다. 1~8위 선수들은 모두 메이저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여자골퍼 중 최고 선수가 양희영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가장 권위 있는 US여자오픈에서 양희영의 기록은 화려하다. 10번 참가해 톱 10에 6차례 입상했다. 지난 5년간 4차례나 우승을 놓고 경쟁을 펼쳤다. 최근 3년 성적은 3위, 2위, 4위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만난 양희영(오른쪽)과 박세리. [중앙포토]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만난 양희영(오른쪽)과 박세리. [중앙포토]

양희영은 대표적인 ‘세리 키드’다. 박세리(40)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골프를 시작했다.

그러나 유독 US여자오픈에선 운이 따르지 않았다. 2012년 미국 위스콘신주 블랙 울프런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서 양희영은 최나연(29·SK텔레콤)과 챔피언 조에서 경기했다. 당시 최나연은 눈부신 플레이를 펼쳤다. 샷도 좋았고, 퍼트도 쏙쏙 들어갔다. 최나연은 6개 홀에서 퍼트 7개로 끝내기도 했다. 1998년 이 골프장에서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을 불사르며 우승할 당시 스코어는 6오버파 294타였다. 14년인 지난 2012년 같은 코스에서 최나연은 7언더파 281타를 기록했다. 그것도 전장이 500야드나 늘어난 코스였다. 미셸 위(28·미국)가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코스에서 그렇게 좋은 스코어를 냈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양희영은 2014년 대회에선 미셸 위와 공동선두로 4라운드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미셸 위는 언제 슬럼프를 겪었는냐는 듯 펄펄 난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양희영은 3타 차 선두로 마지막날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전인지는 그 난코스에서 66타를 기록했다. 양희영은 16번홀 이글과 17번 홀 버디로 쫓아갔지만 마지막 홀 4m거리의 파퍼트를 놓쳐 연장에 가지 못했다.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도 양희영은 2타가 모자라 4위를 차지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차례(28라운드) US여자오픈에서 양희영은 평균 71.5타를 기록했다. 해마다 까다로운 코스에서 열리는 US여자오픈에서 이 정도의 스코어는 놀라운 기록이다.

양희영은 왜 US여자오픈에서 잘하는 걸까.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무엇보다도 드라이브샷거리가 길면서도 정확한 편이다. 퍼트 등 쇼트게임 능력도 좋다. 골프 선수의 모든 자질을 테스트하는 US오픈에 딱 맞는 골퍼”라고 설명했다.

양희영은 인내심이 강하다. 주니어 시절엔 티셔츠의 뒤편이 금방 바랬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연습그린에서 허리를 굽힌 채 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페어웨이는 좁고, 러프는 길며, 그린은 딱딱한 US여자오픈 코스에서는 인내가 중요하다. 양희영은 “나흘간 버디를 20개 이상 잡을 수 있는 코스보다는 파세이브를 하기도 만만치 않은 어려운 코스가 좋다”고 말했다.

이제 양희영은 베테랑 축에 들어간다. 13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올해 대회는 그의 11번째 US여자오픈이다. 양희영은 “파3홀이 무척 길다. 그린의 언듈레이션도 이전 대회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무척 심하다”고 말했다.

양희영은 이제까지 10차례 US여자오픈에서 상금으로만 150만 달러(약 17억원) 이상을 벌었다. 11번째 US여자오픈에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길 바란다.

한편 미국연방항공국(FAA)은 대회 기간인 13일부터 16일까지 골프장인근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미국 골프채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그 지역 상공에 임시 비행 제한 구역이 설정된다. 대회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비행기를 이용한 여성단체의 플래카드 시위를 막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JTBC골프가 14일 오전 2시부터 1라운드를 생중계한다.

양희영은


생년월일 : 1989년 7월 28일
: 1m74㎝
LPGA 데뷔 : 2006년
주요 성적 : LPGA 투어 3승
(2015, 2017 혼다타일랜드, 2013 하나은행 챔피언십)
메이저 대회 성적 : 40경기 출전, 톱10 16회 (톱10 확률 40%)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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