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아이 걷어차 숨지게 한 엄마에 '살인죄'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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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아이를 발로 걷어 차 숨지게 한 엄마에게 살인 혐의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은 11일 살인 및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28)씨의 상고를 기각해 징역 4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자녀를 때려 숨지게 한 부모를 아동학대치사나 폭행치사 등이 아닌 살인 혐의로 기소해 유죄가 확정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죽이려고 때린 것 아니다" 항변에 # 대법원 "미필적 고의 인정" 판단 #지적 장애 등 고려해 '심신미약' 인정

1. “죽이려고 때린 것 아니다”항변…법원“‘미필적 고의’인정”

 A씨는 지난해 3월 생후 27개월인 아들의 복부를 발로 세게 2차례 걷어 찬 뒤 누워 뒹구는 아이를 다시 발로 3번 짓밟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어린이집에 돌아온 아이가 “도시락 가방을 달라”는 말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당시 아이는  키 90cm, 몸무게 13.5kg에 불과했다.
 자녀를 폭행해 숨지게 한 경우 검찰과 법원이 살인죄 적용과 인정을 주저하는 것은 “자기 자식을 죽이려고 때리는 부모가 있느냐”는 관념 때문이다. A씨의 변호인도 1심부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다퉜다

 변호인 측은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거나 예견할 지적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폭행을 한 것이다. 폭행 직후 피해자의 구호 조치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감정 결과 A씨는 지적 장애(전체 지능지수 FSIQ 54점)상태였고 감정 기관은 “고차 인지기능의 발달이 저조하고, 일상적 의사소통에 필요한 언어의 이해ㆍ표현은 가능하지만, 논리적ㆍ추상적 사고력이 취약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1심인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부장 이언학)는 A씨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적능력이 다소 부족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심장ㆍ장기 등 주요한 신체기관이 모여 있는 아기의 복부를, 흉기나 다름없는 어른의 발로 여러 차례 세게 가격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피고인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를 갖고 행동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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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살인 혐의인데도 징역 4년…왜?

법원은 A씨의 혐의를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징역 4년~6년)이 낮은 ‘참작 동기 살인’으로 분류했다.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로 인정한 것이다.

A씨는 19세때부터 형부인 B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기 시작해 그 결과 3명의 아이를 출산하고 1명의 아이를 낙태했다. 숨진 아들도 형부와의 사이에서 원치 않았던 임신의 결과 출산한 아이였다. 지적 장애를 지닌 A씨는 산후조리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카 두명을 포함해 5명의 아이를 기르고 살림을 책임졌다. 형부 B씨는 몸을 다쳐 일도 하지 못하면서 매일 음주와 폭행을 일삼았다.

1심 법원은 이같은 사정을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미약해진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점은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도 이같은 1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3. ‘짐승’같은 형부는 어떻게  

대법원은 A씨와 함께 친족 강간 및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기속된 B씨에게 징역 8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A씨를 수시로 성폭행하고 자신의 아이들을 벽시계로 내리치거나 원산폭격을 하게 하는 등의 아동학대를 수시로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B씨는 “A씨와의 성관계는 합의에 의한 것이라거나 아이들을 폭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B씨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 청구를 기각하고 신상 공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아동학대 신고 증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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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혁 기자ㆍ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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