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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연일 미사일 개발자들 챙기고 군수공업부 띄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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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9일 평양에서 열린 화성-14형 시험 발사 성공 기념 공연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9일 평양에서 열린 화성-14형 시험 발사 성공 기념 공연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당 군수공업부를 연일 띄우고 있다.

발사 축하공연 때도 곁에 둬 #모란봉·청봉악단 등도 총동원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의 전날 화성-14형 발사 축하공연 관람 동정을 전하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 총리, 최용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당·정·군 간부들이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막상 1면에 나온 대형 사진에는 김정은 옆에 ‘간부’들의 얼굴은 없었다. 대신 이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과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전일호 당 중앙위원,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등이 김정은 곁을 지켰다.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사망 23주기를 맞아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이어 9일 공연에서도 군수공업부 출신들을 내세우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화성-14형 개발 책임자들을 배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각종 기념행사 때 김정은을 중심으로 서열 순으로 좌우로 번갈아 가며 배치를 해 왔는데 전날 참배 때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최용해 노동당 위원장을 맨 끝에 배치한 것처럼 이날도 서열 파괴 행보를 했다.

당 군수공업부는 무기 제작과 운영 등 군수 분야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산하에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회와 제2자연과학원(국방과학원)이 있다. 부장은 이만건이지만 제1부부장인 이병철이 핵·미사일을 전담하는 책임자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정보 당국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공군사령관(현 방공 및 반항공사령관)이었던 이병철은 2014년 말 전역한 뒤 군수공업부(제1부부장)로 옮겼다”며 “민간인 신분으로 바뀐 그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국회 격)에 군복을 입고 등장한 데 이어 최근 대장(별 넷)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나온 배경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유사시 고위 당국자들이 현역에 편제되는 시스템이다.

다른 당국자는 “지난해부터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며 무기 개발 정책을 맡고 있는 군수공업부 일부를 핵·미사일을 담당하는 전략군 전담 조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총참모부 산하로 뒀던 전략군을 따로 떼어내 육해공군과 같은 위상으로 확대한 뒤 김정은 직속으로 만들고, 이병철에게 핵과 미사일을 전담하게 하면서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구축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축하공연에는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 공훈국가합창단(국립합창단 격), 왕재산예술단 등이 총동원됐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이 집권 직후인 2012년 창단한 ‘평양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공연단이다. 북한의 대중음악 전문 교육기관인 금성학원 출신의 퍼스트레이디 이설주의 후배들이 주류다. 청봉악단 역시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5년 7월 창단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두 단체 간의 합동공연을 펼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예술단을 대거 출연시킨 건 이례적”이라며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국가적 축제로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정용수·김포그니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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