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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카카오 이전 상장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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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카카오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카카오는 제가 자주 쓰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회사란 건 알아요. 그런데 상장이란 무엇인지, 이전 상장은 또 무슨 뜻인지 궁금합니다.

코스닥은 연 매출 100억 이상 기업 #코스피는 1000억 이상 기업들 경쟁 #카카오, 코스닥서 시총 2위 차지 #무대 좁다 생각해 코스피로 옮겨 #장외시장 포함 땐 2148개 기업 상장 #거래되는 주식 합하면 1766조원

덩치 커진 카카오 ‘메이저리그’ 코스피로 이사간 거죠"

A. 틴틴 여러분, 편의점 자주 이용하나요.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살 때마다 궁금증이 생긴 적은 없었나요. 이 많은 먹거리는 누가 가져다 놓는지, 편의점에선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는지. 참 신기하게도 친구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게 여러 가지 제품이 놓여 있지요.

주식시장도 편의점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진열대에 올라있는 제품이 다를 뿐이죠. 이름 그대로 ‘주식’을 사고파는 ‘시장’입니다. 주식은 기업이 발행한 일종의 증서입니다. 돈을 주고 이 증서(주식)를 사면 거기에 표기된 만큼 기업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됩니다. 기업이 올린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고(배당) 경영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의견도 낼 수 있어요. 주식을 많이 갖고 있으면 직접 회사를 사고 경영도 해볼 수 있어요. 물론 엄청난 돈을 주식을 사들이는데 투자해야겠지만요.

주식을 아무 데서나, 아무렇게나 사고팔면 큰일 나겠죠. 주식이 잘못 팔려나가면 임직원이 피땀 흘려 세운 기업이 뿌리부터 흔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각 나라는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공인된 시장을 만들어 놨습니다. 한국에도 공인된 주식시장이 있어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입니다. 코스피는 영어로 하면 ‘KOSPI’입니다. 한국(Korea) 종합(Composite) 주가(Stock Price) 지수(Index)의 영어 앞글자를 하나씩 따서 만든 단어랍니다. 코스피는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입니다. 실력 좋은 선수(기업)들이 포진해있죠. 기업 규모도 크고 수익도 많이 내고 역사도 오래 된 대기업이 대부분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같은 기업이 대표 선수들이죠.

코스닥 시장은 ‘마이너리그’에 해당합니다.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기업은 규모도 작고 수익도 덜 나는 편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코스피 기업 못지 않습니다. 실력이 더 늘어나면 언제든 메이저리그로 뛰어오를 수 있는 엄선된 선수들이죠. 코스피와 코스닥은 앞에서 설명했듯 공인된 시장입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밖이긴 하지만 잠재력을 충분히 가진 후보 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코넥스 시장도 있습니다.

상장(上場)은 한자 풀이 그대로 주식시장(場)에 기업을 올리는(上) 걸 뜻합니다. 과정은 까다롭습니다. 편의점에 불량 식품을 가져다놨다가 그것을 사먹은 사람들이 배탈이 나면 안되잖아요. 하물며 사고파는 제품이 기업(주식)입니다. 코스피나 코스닥이냐. 시장의 종류에 따라 상장 기준도 다릅니다. 체급이 맞는 기업끼리 투자자를 두고 경쟁하란 의미지요. 코스피 시장에 오르려면 연간 매출액이 최소 1000억원은 넘어야 합니다. 연간 이익도 50억원 이상, 주식 수도 100만 주 이상이어야 합니다. 코스닥 상장 문턱도 꽤 높습니다. 연간 매출액은 100억원, 순이익은 20억원이 넘어야 합니다. 이 기준에 조금 못미쳐도 남다른 기술력을 갖췄거나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 코스닥에 상장될 수 있습니다.

상장을 원하는 기업은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비롯한 각종 증권시장을 관할하는 기관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코스닥은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합니다. 예비 심사 청구서를 낸 기업이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 오를 자격을 진짜 갖췄는지 꼼꼼히 심사합니다. 상장위원회는 신청 기업이 ▶앞으로도 꾸준히 영업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지(기업 계속성) ▶경영이 투명하고 윤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경영 투명성) ▶상장 후 최대 주주나 경영권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바뀌어 투자자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 없는지(경영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위원회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은 기업은 상장 절차에 들어갑니다. 처음 주식시장에 올릴 때 적정한 가격(공모가)과 상장 날짜를 결정합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상장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고 기업의 주식이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죠. 그렇게 상장 절차는 마무리 됩니다. 코스피 769개, 코스닥 1229개 상장 회사의 주식이 이런 과정을 거쳐 증시에서 활발히 거래 중이죠.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가격은 모두 합쳐(시가총액) 지난 7일 기준 1766조원에 달할 만큼 엄청난 규모입니다.

카카오 이전 상장이 궁금하다고 했죠. 다음커뮤니케이션은 1999년 코스닥에 상장됐습니다. 시간이 흘러 2014년 국내 2위 포털 업체로 성장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업체 카카오가 합쳐집니다. 두 기업의 합병으로 탄생한 카카오는 바로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자리 잡습니다. 코스닥이란 시장이 좁다고 결론 내린 카카오는 주로 대기업끼리 경쟁하는 코스피로의 이사를 결정합니다. 코넥스에서 코스닥, 또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렇게 자리를 옮겨 상장하는 걸 이전 상장이라고 합니다. 신규 상장 만큼 까다롭진 않지만 역시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카카오는 무난히 이 심사를 통과합니다. 10일 카카오는 코스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사를 마쳤습니다. 중소벤처기업으로 출발해 대기업으로 가는 관문 하나를 넘은 셈이지요.

신규 상장이든, 이전 상장이든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거쳐가는 하나의 문일 뿐입니다. 공개된 주식시장을 통해 모은 자금을 기업은 다시 투자해 사업을 넓혀나가고 거기서 얻은 수익을 다시 주주(주식을 산 투자자)에게 나눠줍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상장된 회사의 가치가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를 지표로 보여주는 게 코스피·코스닥 지수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활기를 띄고 있는지, 성장해 나가고 있는지를 종합해서 보여줍니다. 지난달 29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 때 2400을 넘기도 했습니다. 코스피가 2400 위로 치솟은 건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입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해 나가길 틴틴 여러분 함께 응원해 보자구요.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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