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이라도 불러야 맘 놓고 장사한다”…‘혼자’가 무서운 여성들

중앙일보

입력

여성 1인가구나 1인 운영업소가 늘면서 강력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여성 1인가구나 1인 운영업소가 늘면서 강력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 최근 경기도 용인의 A골프장 직원들에겐 새로운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여성 고객이 주차장에 갈 때마다 남성 보안요원 한 명이 동행한다. 보안요원은 여성 고객이 짐을 싣고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배웅한다. 골프장 관계자는 “경남 창원 골프장 살인사건 이후 여성 고객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자 있는 여성 대상 범죄 늘자 #'자구책' 강구하는 여성들 #"CCTV를 범죄 예방에도 활용해야"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혜선(26)씨는 낮 근무를 고집한다. 김씨는 “새벽 시간 대 근무는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을 때에는 남동생에게 미리 나와 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일부 여성 사업주나 종업원들은 피해를 예방하려 남편이나 남동생을 부르거나 늦은 시간에는 아예 손님을 받지 않기도 한다.

혼자 남은 여성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들을 노리는 강도나 살인 등 강력범죄가 늘고 있어서다. 특히 여성 1인 가구나 1인 업소가 늘면서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서 여주인 남모씨(58)가 운영하던 한 마사지 업소에 강도가 침입했다. 범인은 남씨와 손님을 폭행한 뒤 휴대폰과 체크카드를 훔쳐 달아났다. 하루 전에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한 왁싱 업소에서 한 남성이 여주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경우 다 여성이 홀로 운영하는 업소를 노렸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특히 여성 1인 가구 중 46.2%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여성 1인 가구 중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13.0%였다. 그 사이 전체 범죄의 여성 피해자의 비율은 늘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1분기 33.4%(9만9024명)였던 여성 피해자는 지난해 2분기엔 34.8%(11만4393명)로 증가했다. 사업주가 여성인 경우 재산범죄나 폭력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각각 24.7%와 12.9%로, 남성의 21.2%와 8.5%보다 높게 나타났다.

최근 경찰은 여성 1인 가구나 1인 운영업소가 밀집한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여러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건물 내부에 창문 열림 경보기를 달고, 외부에 LED보안등이나 여성안심거울, 112신고 위치표지판을 무료로 부착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홀로 자취하는 오수영(26)씨는 “우리 동네에선 112 위치표지판 말고는 본 적이 없다. 전국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2015년 4월부터 ‘스마트 국민제보 앱’, ‘112긴급 신고 앱’ 등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긴급 상황에 대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로 인해 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0∼26일 7일 동안 경찰청 홈페이지에선 ‘스마트 국민제보 운영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응답자는 46명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에서도 ‘스마트 국민제보 시스템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32.6%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는 건 사회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있어 한 가지 예방책으로 막을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여성들의 저항능력이 높지 않아 무엇보다 치안활동을 계속해야할 필요가 있다” 면서 “순찰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지금처럼 CCTV를 범인검거에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