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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립니까?” 시진핑 발언 중 멈춰 버린 文 대통령 통역기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내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북한의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 등으로 한·중 관계가 경직된 상황에서 이뤄진 첫 정상회담이었다.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예정된 40분을 35분 넘겨 75분간 진행됐다. 회담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대화를 하기 위해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통상적인 순차 통역이었다면 2시간 이상 회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 주석은 먼저 문 대통령이 자서전 『운명』에서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낸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한 사실을 언급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은 중국 국민에게 낯설지 않다”며 “특히 자서전에서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을 인용해 정치적 소신을 밝혀 저에게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책에 “장강의 뒷물결이 노무현과 참여정부란 앞 물결을 도도히 밀어내야 한다. 역사의 유장한 물줄기, 그것은 순리다”고 적은 걸 가리켜서다. ‘장강의 뒷물결’이란 문 대통령 자신을 가리킨다고 문 대통령의 한 참모는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시 통역시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시 통역시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시 통역시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시 통역시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회담장에선 문 대통령의 통역기가 작동하지 않아 시 주석은 발언을 멈추고 “잘 들리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앞부분 들으셨나요? 소리가 있나요?”라고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 문 대통령은 “앞부분을 제가 좀 못 들었다”고 말했고, 옆자리에 앉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 대통령의 통역기를 살펴본 후 통역기는 정상 작동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 잘 들리는지 확인을 한 후  “다시 한번 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발언을 이어나갔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을 배려한 듯 평소와 달리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하기도 했다. 시 주석에 이어 모두발언을 시작한 문 대통령은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인데 한·중 관계를 실질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답했다.

우리 측에선 문 대통령 오른쪽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왼쪽으론 강경화 장관이 앉았다. 이 밖에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남관표 안보실 2차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중국 측에선 시 주석의 왼쪽에 왕후닝(王寧)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오른쪽에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등이 배석했다.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은 오는 7일과 8일에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함부르크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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