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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원 "부채 많다고 소비 줄이는 것 아니다" 진짜 원인은?

중앙일보

입력

가계부채 자체가 소비 위축을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람들이 빚이 많아 소비를 줄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다른 주장이어서 눈길을 끈다.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 136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한경연 "부채로 인한 소비절벽 가능성 낮아" #오히려 소득증가 취와 비슷 #부채를 자산 불리는 수단으로 활용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3일 “부채가 증가하면 자산증식 효과가 더 크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채 규모가 직접 유동성을 제약해 소비 규모를 위축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경연이 은퇴를 앞둔 55세 이상 가구주가 속한 가구를 대상으로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소득과 소비·저축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이 기간에 소득은 94.5% 증가하고 소비도 90.5%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부채는 2001년보다 2015년에 134%나 늘었다.

 결국 소비는 부채보다 소득 증가 여부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소득이 대폭 줄면서 상대적으로 큰 수치로 나타났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은퇴 가구의 소득 소비 저축에  대한 기초통계>
(단위:만원, %)

자료: &#39;은퇴전후 고령세대의 자산/부채로 살펴본 한국의 소비절벽 실현가능성&#39;(한경연)

자료: '은퇴전후 고령세대의 자산/부채로 살펴본 한국의 소비절벽 실현가능성'(한경연)

 반면 부채가 늘어난 것에 비해 부채를 갚아가는 금액은 금융위기 이전과 현재의 상환액 수준이 비슷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부채가 꾸준히 증가하는데 상환액 크기가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현재 가구가 부채의 증가를 통해 자산 증식을 도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오를 경우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환액이 과도하게 크지 않고 오히려 부채가 증가하는 만큼 자산 규모도 확대되는 것으로 볼 때 금리 인상이 급격한 소비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자료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자료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가구주의 은퇴는 소비 자체를 위축시키기보다 소비지출 패턴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전까지 대부분 자녀교육과 노후대비 연금·보험에 돈을 썼다면, 은퇴 후에는 여가생활과 건강관리 분야 지출이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은퇴 가구의 경우 부채가 많다고 다시 재취업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정원일 이코노미스트는 “은퇴 가구의 경우 가구주 연령이 낮아 육체적인 건강이 보장될수록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은퇴 후 노동시장 재진입은 자산과 부채규모보다는 선호에 의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퇴 전 가구들은 부채가 클수록 취업을 필수로 여겼다. 이에 대해 정 이코노미스트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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